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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건강의 상관관계 … 고층살수록 심장마비 사망률 높아

구급대원 도착 늦어, 낮은 기압탓 가슴두근거림 … 밀폐된 환경, 호흡기질환스트레스 원인

입력 2016-02-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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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빌딩에 살면 기압이 떨어지면서 체내 혈액에 흡수되는 산소가 줄고 용존산소도 부족해져 가슴두근거림, 빈혈, 호흡기스트레스 등이 초래될 위험이 증가한다.
한국은 땅덩이가 좁은 데다 국토의 70%가 산지라 평지와 도시에 과도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로 인해 도시든 농촌이든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젊은층이나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시설이 깨끗한 아파트에서, 기왕이면 소음이 크고 외부인의 침입 위험이 높은 저층보다는 전망이 좋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고층에서 살길 원한다. 최근 고층아파트 선호현상으로 해가 갈수록 아파트 층수는 높아지고 있다. 2005년 21~30층 건물은 8241개였지만 2014년엔 1만5127개로 10년 새 1.8배 증가했다. 하지만 고층건물에 거주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며, 다양한 자연적·인위적 요인 탓에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고층아파트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은 심정지(심장마비)가 발생할 경우 생존율이 저층에 사는 사람보다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성미카엘병원 응급의료연구실이 2007~2012년 토론토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급성 심정지 환자 8216명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3층 이하에 사는 사람이 생존율이 가장 높고 25층 이상에 사는 사람은 살아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일분일초가 시급한데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일수록 구급대원의 도착시간이 낮은 층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조사 대상 심정지 환자 중 3층 이하에서 거주하는 5998명(73%) 중 252명이 살아남아 생존율 4.2%를 기록했다. 하지만 3층 이상에 사는 2000명 중에서는 48명만이 살아남아 2.4%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높은 층에 살수록 생존율은 낮아져 16층 이상에 사는 환자 216명 중에서는 단 2명만이 목숨을 건져 생존율이 0.9%에 불과했다. 25층 이상에 거주하던 환자 30명 중에서는 생존자가 한 명도 없었다.


비교적 심정지 발생 나이가 젊고 주변 목격자가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할 경우 생존율은 높아졌다. 자동제세동기(AED)가 있어 목격자가 이를 사용한 경우는 아주 적었다.
연구팀은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심정지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구급대원에게 소방대원들처럼 비상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범용 엘리베이터 키를 주고 고층아파트의 로비와 특정 층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 AED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정지는 심장이 예고 없이 갑자기 멈추는 상태로 뇌와 중요 장기로 가는 혈액이 끊기기 때문에 수 분내에 적절히 처지하지 못하면 사망하게 된다. 심근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발생하는 심근경색과는 달리 심장을 수축시키는 전기활동 이상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의 경우 병원 밖에서 일어나는 심장마비의 약 70%는 거주지인 집에서 발생하며, 한 해 평균 병원 밖 심장마비는 3만건이 넘는다.


고층에 장기간 거주할 경우 기압이 건강에 일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보통 지면에서 10m 올라갈수록 기압은 1.3hpa(헥토파스칼)씩 낮아진다. 50층 빌딩은 지면보다 기압이 22hpa정도 낮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으로 올라갈 때 귀가 막히는 것은 낮은 기압에서 신체적 평형을 되찾기 위해서다.
기압이 떨어지면 체내 혈액에 흡수되는 산소가 줄면서 공기 밀도가 낮아져 용존 산소가 부족해진다. 이렇게 되면 산소를 혈액으로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의 핵심 성분인 철분이 몸에 많이 필요해진다.


이무열 생리학교실 교수는 “기압이 떨어지면 체내 혈액에 흡수되는 산소가 줄면서 공기 밀도가 낮아져 용존산소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산소를 혈액으로 공급하는 헤모글로빈 성분인 철분의 필요량이 증가한다”며 “이런 경우 혈액을 통해 산소를 빠르게 순환시키기 위해 심폐기능이 촉진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압이 낮아지면 “일반인보다 철분이 많이 필요한 여성이나 임신부들은 초고층에서 평소보다 빈혈을 일으키기 쉽다”고 덧붙였다.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 저층에 비해 고층은 바람이 많이 불고 풍속도 빨라진다. 이는 신체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장기 등 체내 빈 공간에서 가스가 팽창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바람을 막기 위한 밀폐된 환경이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층빌딩은 수월한 유지관리를 위해 보통 밀폐식으로 짓는다. 요즘 건립되는 주상복합 고층아파트는 창문을 완전히 열 수 없게 설계된 경우도 많다. 환기가 수월하지 않으면 냉난방기기를 거친 공기와 카펫 등에서 나오는 물질이 순환되지 못하고 내부에서 맴돌게 된다. 이로 인해 고층에 위치한 아파트나 사무실에 오래 머물면 눈이 충혈되고 두통, 피부염 등이 나타나기 쉽다.


환기를 해도 대기 중 유해물질이 보통 10층 이상에서 부유물질로 정체되기 때문에 해로울 수 있다. 이런 가정에서는 최소한 각 방에 하나, 거실에는 세 개 이상의 화분을 두고 공기정화기 등을 갖추는 게 좋다.
 
또 30층 이상 공동주택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층 이하보다 3배나 많다. 냉난방, 환기 등에 그만큼 많은 전기에너지나 화석연료를 쓴다는 얘기다. 여기에 고층에 사는 사람은 진동과 기압 차 탓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호흡기질환에도 잘 걸린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10층 이상에 사는 임신부는 유산율이 1~2층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정신적인 건강에는 고층에 거주하는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높은 층은 외부로 방이나 거실이 외부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어 프라이버시 보장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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