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父性愛)vs 오랜 잔상
이성민 “영화는 딸을 둔 아빠에게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에요. 언론 시사회가 있기 전 관계자끼리 부녀(父女) 시사회를 했어요. 당시 있는 직원 중 한명이 ‘왜 늘 딸에게 미안할까’라는 말을 했어요.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딸이 아기일 때 많이 미안해했어요. 생생하게 기억하는 건 공연을 마치고 집에 갈 때였어요. 당시 아내는 중요한 일 때문에 나가야 하고 저는 5분 있으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었어요. 아이는 자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곧 도착하니 아내에게 가라고 했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깨서 공포에 질려 울고 있었어요. 아이는 자고 있어도 직감적으로 옆에 부모가 없다는 걸 아는가 봐요. 저는 그날 일이 지금도 미안해요.”
임시완 “(오빠생각)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린이 합창단이 공연하러 다니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눈물이 별로 없어서 울지는 않았지만 머리에 잔상이 남으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죠. (그때 받은 시나리오 중) 제일 잔상이 오래 남았어요.”
◇기댈 곳 조 상사님과 아이들, 고아성 그리고 심은경
임시완 “조 상사님(이준혁)이랑 같이 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촬영이 많이 겹치질 않아서 언제 오시나 기다릴 정도였죠. 서른명 넘는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막내일 때랑 달라서 기댈만한 구석이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정)준원이랑 이레를 비롯한 아이들이 복병이었어요. 그 친구들이 먼저 다가왔어요. 연예인 오빠, 형처럼 생각하더라고요. 저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죠. 합창단에 좀 큰 아이들은 어른들이 못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동생들을 챙기더라고요. 늠름한 그들때문에 저희는 한결 수월했죠. 오히려 그 친구들을 못챙겨 준 것 같아 미안해요. (고)아성이는 동생 같아서 괜히 친근했어요. 혼자 여배우여서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들과 즐거워하고 자연스럽게 잘 지냈죠.”
이성민 “같은 목소리지만 이왕 할 거면 배우가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주인공이 심은경이에요. 시사회를 보니 로봇의 목소리 톤이 상황에 따라 변하더라고요. ‘역시, 이래서 배우구나’ 하는 감탄을 했죠. 영화를 보니 은경이가 로봇에 얼마만큼 애정을 쏟았는지 바로 알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