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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2015년 톺아보기③ 공연·전시·출판, 메르스부터 검열까지… 다사다난했던 문화 보릿고개

메르스 1+1 티켓, 신경숙 표절과 천경자 사태로 내홍, 박근형 연출-세월오월 검열 문제 일파만파
도서정가제 실효성과 김훈 라면을 끓이며 논란, 빨래-극적인 하룻밤 등 라이선스 해외수출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정명훈-박현정 서울시향 사태, 낭보 알린 조성진과 임흥순 등

입력 2015-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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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공연·전시·출판계의 최고 이슈는 누가 뭐래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였다. 5월 말 수면 위로 떠올라 12월 23일에야 공식 종결된 메르스는 공연·전시·출판시장을 위축시켰고 한국을 찾던 외국인들의 발걸음까지 전면차단시키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보릿고개를 맞았다.

 

대한민국 문화계를 떠들썩하게 한 표절·위작 논란, 하반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검열문제 등 2015년 공연·전시·출판계는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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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1+1, 성공적?

 

 초기 대응 실패와 ‘아몰랑’으로 일관하는 정부 대처로 얼룩진 메르스 정국에 문화계는 이른바 보릿고개를 맞았다.

 

‘양꼬치엔 칭따오’로 유명세를 탄 배우 정상훈은 28일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메르스 당시 관객 8명 앞에서 공연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최명준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장은 “메르스로 촉발된 공연계 불황은 현재까지 이어졌고 대극장보다 중소극장에 그 여파가 크고 길게 미쳤다. 대극장은 캐스팅의 힘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메르스 당시 뿐 아니라 그 이후 기획됐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중소극장, 제작사 등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에 볼만한 작품들이 연말에 집중돼 막을 올렸고 초연 창작 뮤지컬·연극보다는 작품성과 흥행력을 검증받은 재연·라이선스 작품 등이 봇물을 이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1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두장 중 한장은 무료로 메르스로 침체된 공연시장을 되살릴 심폐소생술과도 같은 이 지원사업은 내년 2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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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파크 독점 시행이 도마 위에 올랐고 시행기한은 최근에야 내년 2월까지로 연장됐다.

 

신규관객 유입, 작은 작품들의 활성효과를 기대했지만 신규관객들이 선택하는 작품은 이미 잘 알려진 흥행대작들이 대부분인데다 이미 반값 이하로 표를 팔던 작은 작품들에겐 효용성이 떨어져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켰다.

 

게다가 유입된 신규관객이 1+1 지원사업 없이도 고정관객으로 남아줄지도 미지수다.


수현재컴퍼니의 김희태 홍보팀장은 “워낙 급하게 시행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고 다소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시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로 시행했던 ‘1+1 지원’은 관객과 공연계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임시방편일 뿐인 반쪽 짜리 지원책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메르스로 촉발된 공연계 난항은 2016년 상반기까지 숨 고르기 형국을 유지할 전망이다. 메르스로 미뤄졌던 작품들이 하반기에 대거 라인업을 알리면서 캐스팅, 대관, 극장들의 작품유치 등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표절·위작 그리고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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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연합)

 

2015년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신경숙과 천경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 대한민국 대표작가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 미사마 유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읽은 기억은 없지만 표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는 작가 본인과 출판사 창비에 분노한 문학계와 대중들에 의해 ‘문화권력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사태는 KBS2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 속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 세트’(크눌프) 번역본 표절,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낮잠’ 표절 등으로 이어졌고 최종림 작가는 2003년작 ‘코리안 메모리즈’ 재출간에 맞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최동훈 감독 영화 ‘암살’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사태는 12월 백낙청 창비 편집인과 서영채 문학동네 편집위원을 비롯한 편집진 전원교체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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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미술계는 천경자 화백의 별세 소식으로 발칵 뒤집혔다. 이미 8월 6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녀 이혜선씨와 장남 이남훈씨, 미국에 머물던 차녀 김정희씨 사이의 분쟁을 예고했다.

 

“어머니 유해가 어디에 모셔졌는지도 모른다”는 차녀 김씨의 충격 발언에 이어 1991년 미인도 위작사건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최근 유족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신경숙과 천경자, 대표 여성작가들로 불거진 문학·미술계 내홍은 김영사 전현 대표이사의 350억원대 횡령·배임·사기 법정소송, 자음과모음 등 출판사의 잇단 부당해고,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의 위조 가능성 제기 등으로 심화됐다.  

 


◇문화계에 부는 검열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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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오월'(연합)

 

공연·전시·출판계 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검열’ 바람이 불어 닥쳤다. ‘노스페이스’,  ‘수학여행’ 등 세월호 사건을 암시하는 단어를 이유로 공연이 중단되는가 하면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시 철회 후폭풍이 거셌다.

 

4월 독일 베를린 신사회미술협회(NGBK) 전시관에서 개막하는 ‘금지된 그림’전 출품작에 대해 해운회사로부터 운송거부를 당하는 등 홍성담 작가의 고난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검열의혹으로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직에서 물러나야했던 스페인 출신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49)가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되면서 미술계 검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국악원 ‘금요공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연극 ‘개구리’의 박근형 연출가를 제외하라는 외압 의혹이 불거지며 1인 시위, 문화연대를 주축으로 한 공동대응 등 검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K아트플래닛의 권연순 대표는 “외형적 검열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문제도 적지 않다. 검열논란의 중심에 선 박근형 연출 뿐 아니라 해당 작품의 출연 배우들도 캐스팅에서 배제되곤 한다”며 “표현 수위를 조절하거나 홍보 초점을 풍자가 아닌 다른 데에 두는 등 보이지 않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만연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근현대사를 정리하고 재조명했어야 할 문화계가 숨죽이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토로했다.


 

◇도서정가제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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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도서정가제에 대한 실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사진=허미선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도입된 도서정가제는 메르스 사태와 맞물리며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1만 6752원) 최저치를 경신하는 결과를 낳았다. 할인폭을 15%로 제한해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고 중소서점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출판시장의 침체로 이어진 셈이다.

 

책값 인하, 동네서점 경쟁력 확보, 독립서점 활성화 등의 장점에도 자본력이 충분한 온·오프라인 대형출판사들의 편법 할인, 독자들의 도서구매 의지 하락 등으로 실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가 예약판매를 시작하면서 사은품으로 제시한 라면(554원)과 냄비(1800원) 가격이 현행 도서정가제 법상(책값의 10% 할인, 5% 포인트 적립) 허용수치를 넘어서면서 더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올해 처음으로 전년대비 적자를 기록했다는 M출판사의 L편집장은 “도서정가제의 가장 큰 실은 국민들이 책을 더 안 읽게 됐다는 것”이라며 “책이 안팔리니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도서단가는 오히려 올랐다. 책값을 내리고 독서율을 높이려 했다면 출판사가 서점에 제공하는 단가를 조정했어야 옳다”며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도서정가제 정비를 촉구했다.

 


◇공연의 진화한 해외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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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빨래’는 일본에 이어 중국 클리어시홀딩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사진=빨래 공식페이스북)

 

‘난타’, ‘점프’ 등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나 아이돌 멤버가 출연하는 작품 위주로 해외진출을 모색했던 공연계는 한 단계 진화해 라이선스 수출을 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빨래’는 일본에 이어 중국 클리어시홀딩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영국 웨스트엔드에 라이선스로 진출한다.  


추민주 연출이 중국 현지에서 배우 오디션까지 진행한 ‘빨래’는 1월엔 한국배우들이 공연에 참여하고 빠르면 5월부터는 중국배우들이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빨래’ 제작사인 씨에이치씨 수박의 류미현 PD는 “한국인 연출이 참여하는 창작뮤지컬의 첫 번째 라이선스 해외진출 사례로 한국은 물론 중국 공연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중국의 대도시를 장기투어 중인 ‘점프’ 제작사 예감의 김성량 기획부장은 “넌버벌과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방식이나 시장 공략법은 분명 다르다”며 “이제 공연의 해외진출도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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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화백의 1971년작인 전면 점화 '19-Ⅶ-71 #209'

◇'미술한류'의 중심 단색화

 

2015년 미술계는 전세계적으로 단색화 열풍으로 한류를 조성했다.

 

10월 홍콩의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실시한 경매에서 김환기 작가의 전면 점화 ‘19-Ⅶ-71 #209’(253×202cm, 1971년)가 3100만 홍콩달러, 한화 약 47억210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22일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미술경제전문지 월간 ‘아트프라이스’가 9개 경매사(서울옥션ㆍK옥션ㆍ아이옥션ㆍ에이옥션ㆍ마이아트옥션ㆍ아트데이옥션ㆍ옥션단ㆍ꼬모옥션ㆍ옥션온)를 대상으로 조사·집계한 ‘2015년 국내 미술시장 연말결산’에 따르면 출품작은 총 1만 7587점, 낙찰률은 70.2%에 이른다.

 

낙찰총액은 1880억 5000여만원으로 2014년(약 970억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김환기 작가가 낙찰총액 약 244억 4500만원, 낙찰률 81.8%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위 역시 정성화(낙찰총액 약 1575만 2000만원, 낙찰률 100%)로 해외 단색화 열풍을 입증하고 있다.

 

◇이름을 남긴 자들…정명훈-박현정의 반전드라마와 조성진, 임흥순의 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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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연합)

 

문화계 전반이 보릿고개로 접어들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회자되는 이름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성희롱 사건으로 퇴진한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와 후임 예술감독 정명훈을 둘러싼 분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의 음해 주장, 정명훈 감독의 부인 구모씨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 불구속 입건 등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반갑고 뜻 깊은 소식을 전한 이들도 있다. 20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한국인 최초로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소식을, 임흥순 작가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을 알렸다. 이에 대해 서울미술관의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은 “주류가 아닌 주변부에서 날아온 예술적 성취”라고 표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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