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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롯데’ 전미도, 전혀 다른 조승우-엄기준-규현의 '베르테르'를 만나다

[사람人] 배우가 아닌 오롯이 ‘롯데’이고 싶은 뮤지컬 '베르테르'의 전미도

입력 2015-1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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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보조개 꽃, 파란 엉덩이 꽃….”
아름다운 화훼도시 발하임의 꽃들에게 장난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모험을 떠나는 왕자 이야기 ‘자석산’ 인형극 연기에 ‘쓸데없이’ 열심이다.

 

마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답고 순수하며 발랄한 롯데는 로맨티스트 베르테르가 한눈에 사랑에 빠질 만했고 약혼자 알베르토가 끝없이 사랑할 만한 인물이다. 그런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라는 이름은 최근 몇년간 뮤지컬·연극계에서 꽤 주목받고 있다.

 

그는 ‘베르테르’, ‘맨 오브 라만차’ 등 대형 뮤지컬부터 ‘어쩌면 해피엔딩’, ‘썸걸즈’ 등 소극장 뮤지컬 및 연극까지를 아우르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다.


◇보다 선명해진 ‘롯데’의 혼란과 불안 그리고 베르테르를 향한 설렘

뮤지컬배우 전민도 인터뷰5
2000년 초연돼 15년째 장기공연 중인 ‘베르테르’에 2013년 시즌부터 함께하기 시작해 10번째 무대에도 함께 하는 전미도는 “2013년에는 어렴풋하던 롯데의 감정과 심리상태가 좀 더 분명해졌다”고 털어놓았다.(사진=양윤모기자)

 

“예쁜 역할 정말 힘들어요. 롯데는 개구쟁이 같지만 귀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 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베르테르를 다시 만나 발하임에 대해 설명할 때도 제 성격 같으면 더 하고 싶은데 안예뻐 보일까봐 조심스러워요. 롯데 같아 보이지 않고 전미도가 나올까봐요.”

2000년 초연돼 15년째 장기공연 중인 ‘베르테르’에 2013년 시즌부터 함께하기 시작해 10번째 무대에도 함께 하는 전미도는 “2013년에는 어렴풋하던 롯데의 감정과 심리상태가 좀 더 분명해졌다”고 털어놓았다.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을 하는 데 꾸밈이 없고 사람을 대할 때도 순수하고 적극적인 롯데가 베르테르에 대한 감정을 끊임없이 거부하는 이유 역시 선명해졌다.

“베르테르에 대해 ‘사랑한다’는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설렘을 느끼지만 알베르토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설렘과 죄책감, 흔들림과 불안의 공존이죠. 누군가와 대화하고 교감하는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막힌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나 쾌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면서 롯데와 베르테르의 첫 만남이 얼마나 대단한 순간인지도 분명하게 깨달았어요.”


◇조승우의 묵직함, 엄기준의 장난스러움, 규현의 순수함 전혀 다른 느낌의 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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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준(사진 아래 왼쪽부터), 조승우, 슈퍼주니어 규현 등 배우마다 캐릭터의 색이 달라지고 다가오는 톤도 분위기도 다른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롯데’ 전미도는 연습으로도 채울 수 없는 순발력과 영민함을 갖춘 배우다.(사진=양윤모 기자, 제공=CJ E&M)

 

사랑이 전부인 격정적 로맨티스트 베르테르 역의 조승우, 엄기준, 슈퍼주니어 규현 그리고 다정다감하고 완벽한 약혼자 알베르토를 연기하는 이상현과 문종원, 다섯 남자들과 함께 하는 무대는 전미도로 하여금 마음가짐도, 연기 스타일도 달라지게 한다.

“(조)승우 오빠는 무게감이 있는 것 같아요. 톤도 분위기도 절제하는 느낌이죠. (엄)기준 오빠는 장난꾸러기 같고 소년 같은 면이 있다면 규현이는 순수 그 자체예요. 알베르토의 (이)상현 오빠는 의지할 수 있는 어른 남자의 느낌이라면 (문)종원 오빠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그 동안 센 캐릭터만 연기했나 싶게 소년 같고 여리죠.”

같은 캐스트라도 전혀 다른 개성의 배우들에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전미도에게 조광화 연출은 “다른 느낌 그대로 받으라”고 요구했다. 이는 전미도이기에 가능한 요구였다.

배우마다 캐릭터의 색이 달라지고 다가오는 톤도 분위기도 다른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롯데’ 전미도는 연습으로도 채울 수 없는 순발력과 영민함을 갖춘 배우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겐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지만 자칫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위험천만한 상황마저 “순간순간 살아있을 수 있어서 좋다”며 개구지게도 웃는다.


◇지금의 자신이 마냥 신기한 전미도, 2015년만 4편에 출연하며 ‘열일’ 배우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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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배운 것들을 버무리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전미도는 현재의 자신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단다.(사진=양윤모 기자)

연극이 하고 싶었지만 오디션 기회가 별로 없어 뮤지컬을 시작했고 소극장 연극과는 다른 발성, 표현의 확장기술 등은 무대 경험으로 배웠다.

“처음에는 연극과 뮤지컬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쇼뮤지컬 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뮤지컬을 하다 보니 두 가지가 확연하게 다른 느낌은 아니에요. 공연이나 연습에 임하는 자세나 대본 분석 등을 할 때의 느낌은 똑같아요.”

연극, 뮤지컬 등 장르 뿐 아니라 연출가들마다 중점을 두는 것도, 스타일도, 표현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연출은 인물의 행동에 중점을 두는가 하면 또 다른 연출은 인물의 심리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먹고 사나보다”며 또 깔깔거린다.

연극으로 시작해 단련된 텍스트 분석력은 심플하고 압축된 뮤지컬에 밀도감을 부여하고 뮤지컬에서 배운 자연스러움과 음악적 감성은 연극 무대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그렇게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배운 것들을 버무리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전미도는 현재의 자신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단다.

그는 2015년만해도 뮤지컬 ‘원스’, ‘어쩌다 해피엔딩’, ‘맨 오브 라만차’, ‘베르테르’까지 4편에 출연하며 ‘열일’(열심히 일하는)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베르테르’의 공연이 앞당겨지면서 ‘맨 오브 라만차’ 공연과 연습을 동시에 소화하며 한달 남짓을 보내기도 했다.

“2013년 ‘베르테르’를 하면서는 ‘롯데’를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설득시켜야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알고 있었죠. ‘원스’는 첫 라이선스 뮤지컬이서 이후 계속 공연이 올라갈 수 있도록 자리를 잘 잡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전혀 못치던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연기도 할 수 있게 된 게 신기했죠.”


◇‘어쩌다’가 아닌 ‘당연한’ 해피엔딩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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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만해도 뮤지컬 ‘원스’, ‘어쩌다 해피엔딩’, ‘맨 오브 라만차’, ‘베르테르’까지 4편에 출연했고 2016년에도 두편 이상의 무대에 오를 예정인 전미도는 ‘열일’ 배우다.(사진=양윤모 기자)

 

“대학을 졸업하면서 배우 인생 계획을 짜둔 게 있어요. 무대가 좋아 연극, 뮤지컬을 먼저 시작했지만 영화나 드라마도 4, 50대에는 해보자 했어요. 그때는 스스로 조각같이 예쁜 얼굴도 아니고 성숙한 이미지도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아예 처음부터 할 게 아니라면 어중간하다고 생각했죠. 그럴 바엔 연기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4, 50대쯤, 조연으로 빛날 수 있을 때 하자 했어요. 하지만 최근에 좀 앞당겨 볼까 고민 중이에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제안이 있기는 했지만 두려움이 앞서서 고사했던 영화나 드라마도 출연을 고려 중이란다. 이에 그의 2016년은 역시 ‘열일’ 모드다. 벌써 소극장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 김광보 연출·극단 맨씨어터의 이창훈과 함께 하는 연극 ‘비’, 아직은 조율 중인 대극장 뮤지컬 등의 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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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보이기보다는 작품에서 요구하는 인물을 잘 설명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미도.(사진=양윤모 기자)
이 중 늘 함께 하고 싶던 김광보 연출, 배우 이창훈이 참여하는 연극 ‘비’는 그의 말대로 “연출, 배우, 이야기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분 좋은 작품이다.

“우울해질만하면 웃겨요. 비극과 코믹을 오가는 작품으로 각색은 물론 번역도 깨끗하게 안된 대본을 받아들고 단번에 읽었어요. 꼭 해야겠다 마음먹었죠.”

희귀병에 걸려 누워만 이어야 하는 주인공과 게이인 간병인이 풀어가는 휴먼 감동 코미디다.

“저 자신이 보이기보다는 작품에서 요구하는 인물을 잘 설명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게, 연기의 연장선으로 노래할 수 있을지가 항상 제 숙제예요. 그 바탕에는 섬세한 연기와 감정표현, 밀도 있는 대본 분석 등이 깔려 있죠. 어떤 캐릭터나 작품이든 안해본 건 해볼 수만 있다면 다 해보고 싶어요.”

새하얀 얼굴에 여릿하고 가녀린 외모 속에 강단과 대범함을 품고있는 배우 전미도의 ‘해피엔딩’은 ‘어쩌다’가 아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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