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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복판에 열린 '사람냄새' 나는 시민장터

입력 2015-09-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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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시민장터가 81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20일 오전 11시30부터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됐다.

 

20일 오전 ‘서울 차 없는 날’을 맞아 광화문 일대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앞쪽에서는 ‘시민장터’가 열렸다. 시민장터는 서울시민이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 등을 직접 갖고 나와 좌판을 벌이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시민장터는 당초 11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앞서 열린 ‘하이서울 자전거 대행진’의 영향으로 30분 늦게 시작됐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81개의 작은 가게에선 시민들이 각자 가져온 헌 옷가지, 악세사리, 신발 등 물품들을 돗자리 위에 펼쳐 보이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았다.

뜨거운 햇살에 눈살이 찌푸려질 만도 하지만 파는 사람·사는 사람 모두 시민장터 자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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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장터에는 손주·손녀 등 가족 단위로 함께 나와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이 눈이 띄었다.

 

헌 옷가지와 아이들의 장난감 등을 갖고 나온 한 할머니(67·서대문구)는 따라 나온 손주, 손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것도 다 (삶의) 공부야”라고 말했다.

시끌벅적 장터에 앳된 아이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5살배기 아들과 함께 장터에 참여한 한 30대 부부(양천구)는 아이에게 “물건 사주세요”라고 해보라며 아이의 재롱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장사도 하러 나왔지만 그보다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물건 값 흥정하는 소리는 옛 시골장터의 향수를 자극했다.

용산구에서 온 한 할머니(67)는 바지 2개와 수영모 1개를 구매하며 물건 값을 흥정하다 결국 꽁꽁 숨겨뒀던 5000원을 꺼냈다. 시민장터를 자주 이용한다는 그는 “무엇보다 값이 싸다. 너무 싸서 가끔 필요 없는 것도 충동적으로 산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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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민장터에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한 기금마련 차원에서 바자회를 진행한 한 환경단체가 눈에 띄었다. 사진은 자신을 후원인이라고 소개한 김도현(왼쪽)씨.

 

시민장터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봉사를 위해 기부물품들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환경연합은 기부받은 물건을 선보였다. 이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다.

서울환경연합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멸종위기종인 토종 돌고래 ‘상괭이’ 보호를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 기금마련을 위해서다. 자원봉사자 등 총 10명이 함께 기부물품을 판매하며 상괭이 보호의 취지를 설명하면 시민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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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여직원들이 각 영업지점에서 기부 받은 물품들을 판매해 수익금을 ‘아름다운가게’에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옷 1000원이에요”를 연신 외치는 20명의 미녀군단도 주목을 끌었다. 신한은행 여직원 모임인 ‘갤포스’는 각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물품을 기부 받아 이날 장터에서 직접 물건을 판매했다.

강북 금융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미화 주임(27·여)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한 행사로 약 300개의 물품을 가지고 나왔는데 시민들이 도와주셔서 많이 팔 수 있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판매 수익금은 사회단체인 ‘아름다운가게’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물건을 사고파는 광화문 시민장터. 이곳은 단순히 집에 남는 물건을 처분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가족사랑, 환경보호, 사회봉사 등 각자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장터였다.

글·사진=이운재 기자 news4u@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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