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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에 멍드는 한국남성]<下> 내 아이인줄 알았는데… 현지 남편 자식

"건전한 다문화 가정을 위해서는 정책적 기반 시급"

입력 2015-09-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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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YONHAP NO-0735>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여러 형편으로 결혼식을 못 올린 다문화가족 부부들이 예식을 올리고 있다. (연합)

 

국제결혼피해센터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이지남(44)씨였다. 이씨는 아내의 임신사실을 알고 결혼생활을 유지할지, 말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씨 고민하는 것은 베트남 여성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 확실해서다.

사연은 이렇다. 이씨는 지난해 결혼중개업체 소개로 베트남 여성을 소개 받았고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베트남 여성은 이때 이미 현지인 남편의 아이를 갖고 있는 상태였다. 이 여성이 이씨와 결혼식을 올린 것은 한국에서 직업을 갖고 있는 현지인 남편을 만날 목적으로 임신사실을 숨긴 채 국제결혼을 악용한 것이다. 국제결혼 사증발급에 있어 임신 등 인도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는 면제대상으로 입국절차가 덜 까다롭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한국에 도착한 이 여성은 뱃속의 아이가 “이씨의 아이다”, 이씨는 “절대 아니다”며 대립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결혼이민비자(F-6)을 손에 넣기 위해 결혼정보업체와 외국여성들이 빈번하게 악용하는 수법이다. 물론 국제결혼중개업법과 결혼이민비자(F6) 관련 법을 위반한 것이다.

국제결혼정보업체의 한탕주의와 함께 한국국적이나 비자취득, 돈벌이를 위해 한국남성과 위장 결혼하는 해외여성들이 줄지 않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부터 F-6비자 취득조건이 외국인 배우자 초청, 한국어 구사 요건, 소득요건, 주거요건 등 변경된 심사기준으로 까다롭게 적용되면서 현지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 입국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국제결혼을 악용했던 ‘결혼 후 돈 요구’, ‘공항에서 행방불명’, ‘국내 미입국’, ‘결혼 생활 중 잠적’, ‘국적 취득 후 돌변’ 등의 사례를 넘어 뱃속의 아이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결혼중개업법이 혼인공개, 이혼경력, 직업, 성폭력 등 쌍방의 신상정보 제공 조항을 규정함에도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돈벌이에 급급해 편법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에이펙스 김재식 변호사는 “국가가 외국인 한 사람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제결혼중개업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이주여성의 거짓 신상정보 확인시 중개업체가 이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국내 남성이 업체에게 책임을 묻는 등 ‘결혼 전 단계 법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영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중개업 규제 강화와 결혼비용보상 방안으로 보험상품을 설계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잘못된 중개에 대한 중개업체들의 법적 책임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혼의 진정성을 차단하는 법으로 지적되고 있는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도 문제다. 이 법안 중 2조 3항에는 ‘결혼이민자란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재한 외국인을 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잘못된 결혼도 인정하는 셈인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역시 결혼비자의 취지를 어길 경우 비자 중지, 결혼비자 금지 등 제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형하 국제결혼피해센터 국장은 “국제결혼과 관련한 법이 모두 이주여성을 위한 법이며 소송을 해도 이주여성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제결혼의 부패 척결을 위해 이주여성인권센터, 쉼터 등과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만길 옥천한국어학당 대표는 “공개된 한국남성들의 국제결혼 피해집계가 나와있지 않아 피해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노출되지 않고 있다”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로 국제결혼이 시작돼 지속적인 문제들이 발생되는 것이기에 국제결혼 전 단계부터 탄탄한 프로그램과 정책 등으로 잘 살 수 있는 다문화가정의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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