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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ST] 절체절명의 임무를 앞두고 즐거웠던 한때, 영화 ‘암살’ 장 가뱅의 ‘Leo Lea Elie’

입력 2015-08-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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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에서 임무를 앞두고 춤을 추며 감정을 교류하며 춤을 추는 세 사람은 영화를 통털어 가장 서정적이고 여운이 긴 장면이다.(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개봉 열흘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선 최동훈 감독,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의 ‘암살’은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긴장과 서로에 대한 의심을 늦출 수 없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 방관자로, 명예로운 독립운동가로, 어쩌다 휘말린 범죄자로, 변절자로 살던 이들은 친일파 암살 계획으로 뜻을 같이 한다.

친일파 암살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모인 안옥윤(전지현)과 속사포(조진웅), 황덕삼(최덕문), 그들을 한데 모았지만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있는 염석진(이정재), 그들의 중간 즈음에서 관망자로 살고 있는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영감(오달수).

물리고 물린 인물들은 극도로 긴장하고 비장하다. 이같은 시대에서 단 한순간 즐거웠던 한때가 있다. 절체절명의 임무를 앞두고 근거지인 술집 아네모네에서 춤을 추는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 그리고 마담(김해숙)의 모습을 담은 장면이다.

내일도, 생사도, 임무의 성공여부도 알 수 없는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세 사람이 댄스 홀에 모여 쑥스럽고 어색하게 엉거주춤해 춤을 추게 한 곡이 장 가뱅(Jean Gabin)의 샹송 ‘레오 레아 엘리야(Leo, Lea, Eli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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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앞두고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이 근거지인 아네모네에서 쑥스럽고 어색하게 춤을 추면서도 즐거워하던 장면에 흐르는 곡은 프랑스 배우 장 가벵의 ‘레오 레아 엘리야’다.

 

장 가뱅은 1930~197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 배우이자 샹송가수다. 카바레 가수 부부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장 가뱅은 연극과 음악홀, 오페테라 등에서 활동하다 1929년 물랭루즈에서 데뷔했다.

31년 영화 ‘파리 베갱(Paris Beguin)’으로 데뷔해 무성영화 시대를 이끌었고 줄리앙 뒤비비에, 장 르누아르 등 명감독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프랑스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평가 받았다. 비평가 앙드레 바쟁이 그를 두고 ‘동시대 영화의 비극적 영웅’이라고 칭했을 정도로 사회 밑바닥 인생을 연기했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1987년부터는 세자르 시상식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배우에게 수여하는 ‘장 가벵’ 상을 신설하기도 했다.

슬로 모션으로 춤을 추는 속사포와 황덕삼, 그들의 손에 이끌려 무도회장에 들어선 안옥윤도 쑥스러운 듯 이끌려 몸을 조금씩 흔들고 웃음을 머금기 시작한다.

‘내 친구 레오, 내 사촌 엘리야, 레아’라는 가사와 바로 이 춤추는 장면을 위해 존재하듯 빠른 템포, 익살스러운 리듬에 몸을 맡기며 ‘암살 임무’로만 묶였던 세 사람이 가족 같고 동료 같은 감정을 교류하는 이 장면은 극 중 가장 서정적이고 애틋한 여운을 남긴다.

최동훈 감독의 애초의도처럼 “절대 꾸며서도, 예뻐서도 안되는” 안옥윤마저 이때만큼은 순진하고 아름다우며 훈훈한 정이 느껴진다. 극의 배경인 시대 자체가 해피엔딩을 바랄 수 없는 영화 속에서 즐거웠던 이 한때는 길고도 긴 여운을 남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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