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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바빠서… 편해서… 2030세대에 일상이 된 '혼밥'

[싱글라이프] 대학생·직장인 '혼자 먹는 밥' 보고서

입력 2015-07-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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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S#1. 2013년 2분기 일드 NTV ‘35세의 고교생’의 변기밥상

2013년 4월에 방송된 일드 NTV ‘35세의 고교생’은 어쩐 일인지 35세에 고등학교에 간 바바(요네쿠라 료코)의 이야기다. 

 

100명의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바바의 첫 번째 목표물은 왕따를 당하는 여학생. 소녀는 혼자 밥을 먹는 게 창피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점심도시락을 해결한다. 이른바 ‘변기밥상’, 왕따의 일상이었다.

 

S#2. “한 사람이요.”

2015년 7월.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유명 칼국수집에 들어서는 이들 중 혼자인 이들이 적지 않다. 

 

종업원이 테이블 중앙으로 칸막이가 가로지르는 자리로 안내한다. 옆은 벽이고 앞은 칸막이가 있으니 혼자 밥먹기(이하 혼밥) 적합한 자리다. 

 

이미 적지 않은 이들이 혼자 칼국수를 후룩거리고 있다. 안내하는 종업원도, 혼자 식사 중인 이들도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른바 ‘혼밥’은 불과 2년 사이에 흔한 풍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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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한참 진행 중일 때는 너무 바빠 동료들과 식사 시간조차 맞추기 어려운 지경이에요. 일단 시작한 일은 끝내고 식사를 하다 보니 점심, 저녁 모두 혼자 식당을 찾는 일이 잦죠. 저 뿐 아니라 동료들도 마찬가지예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의 프로젝트매니저로 근무하는 싱글족 한미정(39)씨는 “동행한 이의 입맛을 고려해 메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지 않아도 일 때문에 피곤한데 누군가의 이야기에 장단을 맞추느라 힘 빼지 않아도 되니 은근 편하다”고 덧붙인다.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는데다 따로 챙겨주는 이도 없는 1인 가구이다 보니 아침도 거르거나 이동 중 샌드위치나 우유 등으로 때우기 일쑤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삼시세끼 혼밥을 하는 셈이다.

대학가 인근의 봉구밥버거 주인은 “주로 대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거의 절반 이상은 혼자”라고 전하고 또 다른 대학가 음식점 주인은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늘었다”고 혼밥 트렌드를 증언한다.

사무실이 즐비한 을지로입구역 인근의 한 일식당 주인은 “최근 부쩍 많아졌다. 혼자 초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은데 대부분 눈치 안보고 편하게 먹고 간다”고 혼밥 분위기를 전한다.  

 

 

◇혼밥 경험자 96.4%, 일주일 10회 이상 혼밥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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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편의점 라면부터 만렙인 뷔페식당까지, 취업준비와 스팩 쌓기에 열을 올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효율적인 시간관리’와 ‘편하다’는 이유로 혼밥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20~30대 직장인들에게도 일상이 되고 있다.

 

‘브릿지경제’는 SK텔레콤 11기 캠퍼스리포터팀과 혼밥에 대한 인식 및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학생 250명과 직장인 250명, 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면 설문조사 결과는 ‘혼밥’의 일상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500명 중 혼밥 경험자는 482명으로 96.4%에 이른다. 이들 중 대학생은 244명, 2030 직장인은 238명이다. 혼밥의 빈도수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15회 이상이 215명, 10회 이상 107명으로 일주일에 10회 이상 혼밥을 하는 사람이 322명, 혼밥을 하는 482명의 66.8%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밥을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는 53.2%에 해당하는 266명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혼밥을 ‘즐기는’ 이들은 284명(56.8%)이다. 물리적인 수치로 적지 않은 혼밥을 하면서도 자주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만큼 혼밥은 일상이 됐다.

 


◇이유는 치열한 현실, 직장인 ‘혼자만의 시간’, 대학생 ‘시간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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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어떻든 메뉴가 무엇이든, 스스로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든 ‘혼밥’은 일상이며 트렌드다.(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

 

혼밥을 즐기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간단한 끼니해결’(173명), ‘시간절약’(163명), 혼자만의 시간(148명), 기타(16명) 순이다. 하지만 대학생과 직장인의 이유는 확연히 달랐다. 직장인은 ‘혼자만의 시간’을 이유로 든 이가 106명으로 42.4%로 가장 높았고 ‘간단한 끼니해결’(76명, 30.4%)과 ‘시간절약’(62명, 24.8%)이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대학생은 ‘시간절약’이 101명(40.4%)으로 가장 많았고 ‘혼자만의 시간’이 42명(16.8%)으로 기타 의견을 제외하고 가장 적었다. 대학생들이 취업준비, 스팩 관리 등으로 바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혼밥을 선택한다면 직장인들은 ‘인적 네트워크’, ‘편하지만은 않은 회식’, ‘어쩔 수 없는 접대’ 등으로 지친 일상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혼밥은 치열한 현실을 반영한 트렌드다. 직장인은 ‘치열한 일상 속에 치열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어서’, 대학생은 ‘치열한 취업난에 치열하게 일하고 싶어서’ 혼밥을 선택한다.

혼밥을 위해 찾는 장소도 흥미롭다. 혼밥 1단계인 편의점 라면이 37명으로 가장 적었고 4단계인 패스트푸드가 1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역시 대학생과 직장인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시간절약을 위해 혼밥을 한다고 대답한 대학생은 패스트푸드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시간절약을 위해서라고 답한 이들까지 아우르는 메뉴다.

분식점이나 일반음식점은 오롯이 식사만을 위한 공간이고 학생식당은 아는 이를 만나 시간을 빼앗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면 패스트푸드점은 저렴한데다 간편한 메뉴가 대부분이니 식사 중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밥을 다 먹은 후 오래도록 자리에 앉아 있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데다 최근엔 프리 와이파이 서비스도 제공 중이니 시간절약, 멀티플레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대학생의 혼밥 장소는 패스트푸드점에 이어 분식점(76명), 일반 음식점(34명), 학생식당(29명), 편의점(5명) 순이다.

대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 직장인들은 일반음식점이 1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K씨(29)는 “맛있고 내가 원하는 걸 먹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1시간 남짓의 점심시간, 치열하게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이는 ‘시간’이 아닌 바쁜 일상 속 여유이며 내 취향을 존중할 수 있는 기회다. 

 

이에 직장인들은 온전히 일에서 동떨어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제대로 된 밥 한끼를 먹기 위해 혼밥을 하고 메뉴선택에 공을 들인다. 그렇게 이유가 어떻든 메뉴가 무엇이든, 스스로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든 ‘혼밥’은 일상이며 트렌드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설문조사=강연옥·김한샘·소진(SK텔레콤 11기 캠퍼스리포터)

인포그래픽=이소연 기자 moomoo182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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