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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보다 심리적 경제활력 상실이 더 우려”

입력 2015-06-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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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의심환자였을 당시인 지난 5∼8일 제주 신라호텔에 묵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 호텔 측이 18일 영업정지를 결정하자 투숙객들이 방을 빼고 떠나고 이동하고 있다.(연합)

 

브릿지경제 박효주 기자 =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지 20일로 한 달을 맞는다. 초동 대응 실패와 병원 명단 늑장공개 탓에 지난 한 달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바이러스 공포 속에서 경제적으로도 ‘끝모를 바닥’을 경험하고 있다.

내수 경기는 최악이다. 한국 여행을 취소한 외국인이 이달에만 12만명에 이른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 외국인 투숙객도 평소의 절반 이하로 격감했다. 5만여명의 크루즈선 관광객들이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면세점들도 대부분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평균 20% 줄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적게는 10%, 많게는 30% 가까이 줄었다. 여름 정기세일조차 축소해야 할 판이다. 북적이던 명동 거리도 한산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메르스 후 2주 매출이 이전 2주에 비해 38.5%나 감소했다. 메르스 장기화로 생계형 자영업의 폐업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숙박음식업은 90% 이상이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지역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이 40%나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메르스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고용 부문도 큰 타격을 입었다. 채용 등 일상적인 업무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알바천국 채용공고를 봐도 주요 6개 업종의 아르바이트 공고가 11%나 감소했다.기존 사업장에서도 사람을 줄여야 할 처지라 급기야 정부가 고용유지 기업에 고용수당 등 각종 수당 보전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당장 간병인들이 환자 곁을 떠나 대체인력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병원과 의료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실물경기가 추락하자 메르스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100포인트 빠졌고 시가총액은 43조원이 사라졌다.

경제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부분 훼손된 것을 우려한다. 이미 0.2%포인트 이상 GDP성장률이 깎일 게 분명하다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3개월 지속되면 20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변수들이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 정부 정책과 병원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 등이 땅에 떨어져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게 될까 우려가 크다.

막연한 심리적 공포심이 가시지 않는 한, 생산과 투자확대로 이어지는 경제 반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정부 약속대로 이달 안으로 메르스를 잡지 못하면, 한경연이 본 20조원의 2배, 3배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더 지불되어야 할 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훼손된 소비심리가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도 “경제는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메르스 때문에 경제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의 조기 편성 못지않게,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을 회복시켜 활력을 되찾게 해 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메르스 한 달’이 주는 교훈이라는 얘기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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