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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한달… ‘대한민국 마비증후군’은 현재 진행형

입력 2015-06-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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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책을 읽고 있다.(연합)

 

브릿지경제 노은희 기자 =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도심은 한적하다. 바깥 출입 자제로 교통사고도 줄었다. 백화점이나 재래시장 같은 오프라인 쇼핑몰은 울상이다. 대중교통 이용객도 20% 이상 줄어들었다. 학교들은 휴업에 돌입했다. 추석과 구정 등 민족명절에도 문을 열던 학원들도 줄줄이 휴강에 들어갔다.

 

해외에도 영향을 미쳤다. 약 3만명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관광을 포기했다.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중소형 병원도 한산한 모습이다. 장례식장에 가기가 꺼림칙해 계좌로 부의금을 보내는 것으로 문상을 대신하고 있다. 메르스가 발병한 지 1개월이 지난 오늘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평일 기준 일일 8000명 선이던 외래환자가 이달 들어서는 6000명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한 ‘대한민국 마비증후군’은 현재 진행형이다. 18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각각 3명이 늘어 확진자 165명, 사망자 23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진원지인 중동지역에서는 ‘독감’정도로 치부되는 메르스가 한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태의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1명으로 시작됐던 메르스 환자가 165명까지 늘어난 배경에는 크게 △부실한 초기대응과 △발생 병원과 지역 등 정보비공개 집착 △삼성서울병원의 과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정보비공개는 국민을 더욱 혼란에 빠트렸고,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조장했다. 1번 환자(68)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20일 이후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 일주일을 놓치면서 허술한 역학조사의 결과물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평택성모병원 감염자로 확인된 환자는 30명이나 되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병원을 거쳤던 것이다.

허술한 방역망은 중국 출장을 간 10번 환자(44), 병원과 다중시설을 돌아다닌 35번 환자(38), 1번과 같은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 9일간 일을 해온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 137번 환자(55)등을 통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 접촉자 통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한 것도 지속적인 숙제로 남았다. 슈퍼전파자 14번 환자를 발생시켰고 사각지대에 있던 보호자와 병문안자 등을 놓쳐 감시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이에 좁은 방역망과 느슨한 접촉자 관리 등으로 산발적인 환자 발생의 여진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병원 비공개도 부작용을 낳았다.

당국이 병원명단 거부를 고수하고 있는 사이 지난달 29일부터 ‘어떤 환자가 어떤 병원을 갔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SNS를 타고 떠돌았다. 잘못된 정보까지 퍼지자 당국은 유언비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제는 메르스 종식을 얘기하고, 극복을 계획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메르스 사태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에 따라 지자체, 병원, 개인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부실한 신종감염병 관리체계가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이어 “감염병 발생 시 의료인에게 신고 의무 및 불이행시 처벌 등의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일선 의료기관들이 신종감염병에 대해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지원 방안 등의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정부, 지자체, 병원, 국민 등 각 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잘 이행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종사자들은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고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방역대책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감염자가 생기면 규모에 관계없이 오염 범위를 넓게 가정하고 강력히 대응하는 결단력이 필요할 것 같다. 개인도 당국의 관리와 통제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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