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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메르스는 그냥 감기"… 한국에서 왜 확산 빠를까

입력 2015-06-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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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무리가 고속도로를 거닐고 있다. (사진제공 = 김지연)

 

브릿지경제 노은희 기자 = 메르스 폭풍으로 시끄러운 국내와 달리 메르스의 진원진인 사우디 아라비아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에 본원지인 중동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의아하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감기’ 정도였다면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강력 바이러스로 돌변한 것일까.

16일 중동지역 의사들과 주민들은 날씨와 병원문화가 LTE급으로 한국에 바이러스를 퍼트리는데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진단했다. 메르스의 가장 첫 전파자인 1번 환자는 중동(바레인) 지역을 방문하고 지난달 4일에 한국에 입국했다. 중동지역의 날씨는 고온건조한 날씨다. 반면 1번 환자가 한국에 입국한 시기는 낮 기온이 올라가고 습해지는 시기였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김지연 씨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나도 얼마 전 메르스 증상과 비슷한 고열, 설사, 기침 등의 증세가 일주일간 계속 됐었다”며 “이전에도 이런 증상이 가끔 있었지만 한국의 감기처럼 깨끗하게 나았다. 이곳 교민도 모두 놀라지 않고 몸이 적응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동지역에만 생기는 바이러스들이 많아서 그런지 의사들이 진찰할 때마다 병명보다 바이러스 얘길 많이 한다”며 “결국 큰 병이 아닌 이상 처방 약을 먹고 낫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병원문화를 지적했다. 사우디의 경우 병원에 가는 데 최소한 약 15만~20만원 정도의 경비가 들어 문턱이 높고, 또 5분에서 10분만에 진료를 하는 한국병원과 달리 이 곳은 30분 간격으로 의사들이 환자를 받다 보니 환자들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 씨는 최근 병원에서 만난 사우디 의사의 얘기도 들려줬다. 자신이 최근 몸에 열이 있어 찾아간 병원 의사가 김 씨에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중동의 날씨와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면 바이러스를 잘 못 이겨낼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덥고 습한 한국날씨 때문에 더 빠르게 퍼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나름의 원인을 들려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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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무리가 고속도로를 거닐고 있다. 사진제공 = 김지연

 

중동지역 사람들은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스튜어디스로 3년간 사우디 아라비아에 살다온 6개월 전 귀국한 이진명(39)씨도 “메르스는 그냥 감기인데 메르스로 이렇게 나라가 들썩거릴 줄은 몰랐다”며 “중동사람들은 그냥 좀 열이 나고 아픈 정도의 지나가는 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가 소개한 카타르항공 소속의 한 여 승무원도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이 곳 중동(현재 두바이)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메르스가 한국에서 큰 이슈가 되다 보니 오히려 중동 나라들이 한국 사례를 수집해서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중동 거주 교민들은 아이들 방학을 맞아 다음주 한국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메르스 사태로 일정을 조정 중인 사람들이 많다고 전해졌다.

한편예상치 못한 한국 메르스 전파에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변이가 없어도 이번 메르스 사태는 ‘세계 보건에 큰 위협’이라며 같은 날 WHO(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 관련 긴급회의를 제네바서 개최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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