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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최악의 상황' 긴급대책 세워라

입력 2015-06-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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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가적인 보건역량을 총동원해 불안과 우려를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방역대처능력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면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국무대행의 말은 메르스로 인해 국민이 죽어나가고, 감염자들이 속출함에도 정부는 메르스에 보건역량을 총동원하지 않았고, ‘조기’에 불안과 우려를 씻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메르스 방역을 놓고 정부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자인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와 공조에도 실패했고, 신뢰를 잃었으니 이제라도 잘해보자는 것쯤으로 들린다. 

 

 

[인포]9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지난 26일 메르스 의심환자가 비행기타고 홍콩에 입국한데 이어 이번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과 밀접 접촉했을 것으로 의심돼 홍콩 보건당국으로부터 격리 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인 남성이 한국으로 귀국 조치 당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한국에서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방치된 채 있다 1일 홍콩으로 재차 입국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태의 당사자인 한국정부가 놓친 이 남성을 홍콩 방역당국이 걸러내 격리 조치한 것이다. 

 

국제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이는 홍콩과 중국이라는 외교 당사국에 해서는 안되는 엄청난 결례다.

이쯤되면 메르스에 관한한 무정부상태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힘든 요즘 메르스로 삶이 더 고단하다. 시장가기도, 영화관에 가기도 겁난다. 

 

수천명의 중국 관광객이 메르스가 두려워 한국방문을 취소했다니 중국 관광객을 바라보고 사는 한국의 자영업자들로서는 속 터질 일이다

 

최근입국한외국인1명메르스의심해격리조치
2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병원 응급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58·여)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이날 오전 인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와 함께 메르스 의심 증상을 호소한 2명은 인천 모 의료기관에 격리 조치됐다.(연합)
그래도 먹고 살려면 회사에 가야 하니 아침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안탈 수는 없다. 밀폐된 공간, 지금 내 옆에서 숨을 길게 내쉬거나, 잔기침을 하는 나와 똑같이 버스를 타야하는 처지의 직장인이 메르스 감염자일지 누가 알랴.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했을 때 “낙타와 접촉하지 않으면 된다”했다. 그러다 2차 감염자가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전염력이 약해 대유행은 없다”고 자신했다.

 

2차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며 급기야 3차 감염자가 우려될 때 정부는 “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으나 하루도 안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자 “지역사회 감염 아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다 메르스 관련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하자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메르스가 발발한 이후 정부가 한 것은 잘못된 정보와 해명, 뒷북치기 였다. 

 

혼란을 키우지 않으려 나름의 신중을 기울였다고는 하지만 우왕좌와,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방역체계는 웬만한 후진국만도 못한 못난 짓이었다.

메르스로 사람이 죽고,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국민여론이 들끓자 청와대도 나섰다.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주재로 메르스 관련 점검회의를 갖고 ‘메르스 관련 긴급 대책반’을 편성키로 한 것이다. 메르스 대책반을 만들고, 장관급으로 대책본부장 지위를 격상했다. 뒷북치기다.

보건복지부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본부장을 복지부 차관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격상키로 했다. 설명도 붙였다. 문형표 장관은 “현재까지는 질병 확산 경로가 의료기관 내로 국한돼 있어 주의 단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강력한 대책을 준비했다”고.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다.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은 공무원을 고용한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이제라도 메르스 사태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방역에 나서야 한다.

국가 재난시 긴급구호체계에 허점이 있으면 이제라도 보완해 그 구멍을 메워야 한다. 각 지방 보건소에 메르스 진단키트를 하루빨리 지급해 불안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공무원의 공언(空言)보다 한 알의 진단키트가 국민을 더 안심시키고, 붕괴된 정부의 신뢰를 추스릴 수 있다. 

 

내 몸은 돌보지 않은 채 메르스 의심환자를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119 구급대원에게조차 보호피복을 이제까지 지급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많이 늦었다. 하지만 정부와 보건당국은 이제라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노은희·한장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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