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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불러온 '두뇌 전쟁'…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입력 2015-05-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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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출근시간이 촉박한 애니는 집을 나서면서 우버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우버택시앱에 목적지인 광화문을 입력했다. 밖에서 택시를 잡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나가자마자 도착한 우버택시에 탑승하자 택시기사는 우버앱으로 목적지 안내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목적지인 광화문 도착예상시간이 나오며 길안내를 시작한다. 생각보다 택시에 빨리 탑승한 애니는 아이폰 아이튠즈를 켜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이동한다. 가는 동안 요금은 우버앱이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유료도로 톨게이트 등을 지날 때 기사가 낸 돈도 자동으로 계산되서 요금에 포함된다. 애니는 요금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내리지만 우버앱에 미리 입력해둔 카드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지불된다. 요금은 우버의 몫을 제외하고 기사의 계좌로 자동으로 이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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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킨다.”

투자자이자 창업가인 마크 앤드리슨의 예견처럼 소프트웨어가 제조에서 서비스까지 모든 산업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문명의 많은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파괴력은 스마트폰이 변화시킨 현재를 보면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 5년이 채 안됐지만 소프트웨어라는 마법을 업고 짧은 기간 동안 우리 삶의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통화는 물론이고 메일, 뉴스, 카드결제, 카메라 등 실생활의 모든 부분을 함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신산업을 창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서비스까지 전분야를 막론하고 혁신을 거듭하며 산업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소프트웨어 강자는 IT는 물론 세계경제도 주도하고 있다. 구글을 세계적 IT기업으로 키운 것도, 애플이 글로벌 기업이 된 것도, 페이스북을 SNS의 대명사로 만든 것도 바로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궁극적인 요인이 되면서 현재 지구촌은 ‘소프트웨어 전쟁’ 중이다. 선진국들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5세 때부터 컴퓨터 언어교육을 실시하고, 이스라엘은 1994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SW 과목을 포함시키는 등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 금융·유통 등 산업 경계 허문다


오늘날 글로벌경제와 기업의 우위를 결정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IT산업에서도 가장 치열한 스마트폰시장에서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지배적이다.

스마트폰의 외적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각 기업간 하드웨어 역량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반면 기능과 응용 프로그램에 따라 스마트폰의 성능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많은 스마트폰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위주로 기술이 발전하며 스마트폰시장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아이폰은 삼성의 갤럭시S에게 1위를 내주고, 갤럭시S 또한 중국 샤오미의 맹추격을 허락하고 있다.

IT산업 이외에도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각 산업에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최대 화두인 핀테크(Fin-Tech)는 산업간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전문은행, 모바일카드, 가맹점 포인트결제 멤버십 등 정보보안 기술을 갖춘 IT기업이 송금과 결제시스템을 개발하며 핀테크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IT기업인 아마존 ‘원클릭페이’, 알리바바 ‘알리페이’, 이베이 ‘페이팔’, 구글 ‘체크아웃’ 등은 기존 금융사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기계장치’보다 ‘전자장치’로 부른다. 자동차산업의 오랜 화두는 엔진과 기계장치의 성능 향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수요자들은 자동차를 고를 때 부품이나 외관(하드웨어)보다 자동제동, 정속 주행 등을 꼼꼼히 따진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 등 차세대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내비게이션과 차량용 통신 등 소프트웨어 비중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여기에 애플과 구글 등 IT기업들도 자사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자동차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가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 역시 타 경쟁사보다 강한 소프트웨어 역량 덕분이다. 월마트는 고객 정보는 물론이고 상품 및 물류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재고 유지와 상품 수급 조절 및 각종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글로벌 기업 판도 변화


소프트웨어산업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 판도도 변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세계 1위에서 10위는 씨티그룹, AIG, HSBC그룹, JP모건체이스 등 금융사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를 MS(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내줬다. 시가총액 세계 100대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14%에 불과했으나 2010년 기준 34%로 20년새 2배로 증가했다.

그중 애플은 소프트웨어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준다.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할 아이튠즈, 앱스토어를 함께 개발해 소프트웨어 영역을 확장시켰다. 아이폰의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입히며 외형뿐만 아니라 내적 기능도 함께 발전시킨 것이다. 애플의 이 같은 변화는 2000년대 시가총액 10위권 밖에서 시가총액 7356억달러(약 800조원)로 세계 부동의 1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구글 역시 인터넷 검색도구로 시작했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인터넷브라우저 세계 점유율 1위로 올렸다. 또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소프트웨어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반면 산업영역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하드웨어 강자인 기업들은 추락했다. 세계 1위 휴대전화업체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던 노키아와 음악시장을 이끌던 소니는 스마트폰과 MP3 등 소프트웨어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글로벌 기업이미지가 실추됐다.


◇ 몸체가 아닌 두뇌를 키워야 할 때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과 함께 IT강국이다. UN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년 동안 세계 1위 전자정부 강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내 기업은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세계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 위상은 미약하다. 한국 소프트웨어시장은 전세계의 1%를 차지, 활용도가 선진국의 3분의 1수준이다. 과거 제조업으로 이룬 경제성장이 소프트웨어로 전환에는 걸림돌로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모든 산업의 중심에 소프트웨어를 두는 원년으로 선포하고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설립,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육성, 경제시스템 개조 등 대책을 내놓았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프트웨어 발전은 막대한 자본 투자가 아닌 창의력을 갖춘 인재 확보가 열쇠”라며 “기존 IT분야의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질 수 있는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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