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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구조조정 반대 교수에… "그 목 가장 고통스럽게 쳐줄 것"

입력 2015-04-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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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

일본 영화 사무라이의 대사가 아니다.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교 이사장의 발언이다.  

 

 

중앙대 2차 기숙사 준공…1천400명 수용
학과제 폐지에 등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막말 e메일을 보낸 박용성(오른쪽 다섯 번째) 중앙대 이사장. (연합)

 


이런 막말 발언의 당사자는 중앙대학교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다. 그는 중앙대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인사보복을 예고하는 e메일을 지난달 24일 이용구 중앙대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명에게 보냈다. 박 이사장의 이런 막말 e메일은 21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박 이사장은 e메일을 통해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고도 말했다. 최고의 지성을 교육하는 현장에서 기업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겠다는 뜻이다. 당시 박 이사장은 이틀 후에 열릴 예정인 ‘긴급토론회’를 문제 삼았다.

중앙대 일부 교수들은 박 이사장 측이 추진한 학과제 폐지 등을 투표에 부쳐 92.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학생 및 타 대학 교수 등과 함께 학내 집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었다. 박 이사장은 이를 두고 “(교수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보직교수) 여러분은 아직도 그들을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 이사장의 막말 e메일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e메일에서도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 등이 주도하는 ‘중앙대 비대위’를 수차례에 걸쳐 변기를 뜻하는 ‘Bidet委(비데위)’ 또는 ‘鳥頭(조두)’라고 지칭하며 폄훼했다.

그는 “그들을 꽃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중앙대 인사권자로서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배성인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대학이 붕괴된 지 오래됐다”며 “대학은 최고의 지성을 교육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부분인데 기업의 이윤 목적이 들어가면 붕괴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대한민국 사립교육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배 사무총장은 “그래서 우리교수들은 대학교 이사진에 기업 등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했지만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재계가 힘으로 밀어붙여 우리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정치권이나 사립대 이사진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학교수나 대학생들을 무시하면 말로가 안 좋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학이 처형장으로 변하는가!”라고 꼬집어 말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의 구조조정 하듯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내부 인사들을 해고하겠다는 박 이사장의 사고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보복을 경고하는 막말 e메일을 보낸 것은 교육자로서 품격과 양식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자신을 향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이날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이사장과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장희 기자 jhyk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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