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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월호 참사 1주년… 너도 나도 하늘도 울었다

안산시 전역 노란 눈물로 물들다…“잊지 말아 주세요”
이완구 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유가족들 반발에 막혀 발걸음 옮겨

입력 2015-04-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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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바로 오늘.... 그리고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은 16일 오전 안산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안산시민의 슬픔을 대변하듯 하늘도 눈물을 흩뿌렸다.

안산시 전역에서 1분 추모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최진규(65·안산 고잔동)씨는 벚꽃이 지고 있는, 단원고로 향하는 길목에서 고개를 떨궜다. 최씨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제대로 꿈도 펼쳐보지 못한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에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세월호
1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1년 지금도 국가는 없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연합)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내 자식들은 아니지만 생때같은 아이들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직도 마음이 아려온다”면서 “그런데 1년이 지났는데 사람들은 잊은 것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단원고 앞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인도 “말해 뭐하겠냐. 안산시민 전체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단원고는 이날 1·2학년 재학생과 3학년 일부 학생들 그리고 교사들이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학생들은 그날의 아픔이 떠올랐는지 친구들의 손을 꼭 잡거나 고개를 푹 숙인 채 분향소로 들어갔다.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몇몇 학생들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생존한 김모양은 눈물을 흘리면서 “어젯밤 꿈속에서 친구를 만나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오늘 (분향소)와서 친구의 사진을 보니…”라고 말하며 “친구한테 너무 미안하다”라고 흐느꼈다.

단원고는 이날 학생들과 유가족, 교직원들을 제외한 외부인을 차단하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분위기를 이어갔다. 

 

조문하는단원고학생들
합동분향소를 찾은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조문하고 있다.(연합)

 

 

안산 시내에는 단원고 학생들과 유가족들이 내건 세월호 선체 인양 촉구와 사고의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라는 노란 현수막들이 가로수마다 걸려있었다.

안산 시민 이외에도 전국 각처에서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자신을 서울 모 고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친구를 잃었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교복 차림의 이 학생은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치고 나온 뒤 “영상동아리에서 만났던 (세월호 희생자) 친구를 만났는데 너무 보고 싶다”며 “보고 싶어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허락되지 않아 조퇴를 하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사람들 기억에서 세월호와 내 친구가 잊히는 게 너무 두렵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산 시내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와 세월호 참사 깃발은 모두 조기로 게양됐다.

 

고잔1동 주민센터 한 관계자는 “안산시 공무원이자 시민으로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조기를 계양했다”고 설명했다.

곳곳에서는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합동분향소 앞에 마련된 스크린에서 세월호 인양 촉구에 대한 내용과 세월호 시행령안에 대해 흘러나왔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참배객들은 발걸음을 옮기면서 정부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한 참배객은 “정부가 무얼 하는 곳이냐”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곳인데 세월호 참사로 한번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 선체 인양과 시행령으로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거냐”고 힐난했다. 

 

이날 이완구 국무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유가족의 반발에 막혀 분향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를 찾은 직후 안산 분향소를 찾은 김 대표는 유가족들에게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시행령에 대해서는 아무 발언도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시행령이 유가족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정부와 새누리당만의 입장만을 반영한 시행령이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선체 인양은 할 것이고 시행령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입장을 청취하겠다고 말했지만 1년 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의견을 무시해왔는데 그걸 어떻게 믿겠냐며 분향을 막아섰다.  

 

오열하는유가족
합동분향소를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유족들의 반대에 막혀 분향하지 못했으며, 김 대표가 탄 차량을 유족들이 막아서며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연합)  

김 대표는 결국 분향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겼지만 분노한 유가족들은 김 대표를 쫓아가며 격렬한 항의를 계속했다. 유가족은 김 대표가 탑승한 차량을 막아서고 시행령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며 20여분 간 비 속에서 대치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김 대표의 차량은 분향소를 떠날 수 있었다. 바닥에 주저 앉은 한 유가족은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달라”며 “여러분이 잊으면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고 울먹였다. 

 

그는 “우리에게 힘을 모아 달라 정부는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끝까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안산 합동분향소에는 오후 3시 기준 모두 5500여명이 방문했으며 상당수 방문객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풍선을 들고 분향소를 출발해 단원고까지 걷기 행진을 해 안산 시내는 온통 노란 물결로 물들었다.

 

망자들의 억울함과 유가족의 슬픔을 감추지 못한 것일까?

 

비 갠 뒤 하늘은 여전히 스산한 잿빛이었다.

한장희 기자 jhyk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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