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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영화 '스물' 이병헌 감독 "사랑도 꿈도 다 어설퍼 더 의미있는 스무살"

입력 2015-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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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어른이죠.”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고민이 많은 나이 스물, 누구나 그 시절을 지난다. 그리고 그 청춘들을 위한 영화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스무 살을 이렇게 정의했다.

“습작을 하던 시절 자유로운 20대의 이야기를 구상했어요. 그러다 스무 살이란 단어가 떠올랐고 정확히 그때로 이야기를 집중시켰죠. 스무 살 때는 사랑도, 꿈도 다 어설퍼요. 하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잖아요.”

‘고민만 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자’는 이병헌 감독의 마음가짐에서 영화 ‘스물’은 시작됐다. 배우 김우빈, 강하늘, 그리고 2PM 멤버 이준호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는 유쾌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이병헌 감독 손을 거쳐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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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물'에서 제대로 망가진 이준호, 강하늘, 김우빈.(사진제공=NEW 제공)

 

영화 ‘써니’, ‘과속스캔들’ 각색가로 참여하며 보였던 그의 유쾌한 입담은 매력 넘치는 세 배우와 의기투합해 즐거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스물’의 세 주인공은 여자밖에 모르는 치호(김우빈), 공부만 잘하지 사랑과는 거리가 먼 경재(강하늘), 아버지 사업실패 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만화가의 꿈을 잃지 않은 동우(이준호)다.

그들의 연기는 어색함이 없다. 영화 ‘친구2’, ‘기술자들’로 무게감 있는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김우빈은 거침없이 성(性)을 노래하고 드라마 ‘미생’의 강하늘은 풋풋한 대학 신입생으로 변신했다. 영화 ‘감시자들’에서 배우로서 자질을 확인한 이준호도 전문 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맡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캐스팅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글을 쓰며 머릿속에 그리던 그림에 꼭 맞는 배우들이 캐스팅됐다”고 말한다.

“김우빈의 연기를 보며 눈빛 속에 담긴 장난기를 읽었어요. 잘생긴 외모에서 나오는 엉뚱한 매력이 치호와 꼭 맞았죠. 이준호는 잘생기고 귀여운데 한편으론 모성애를 자극하는 얼굴을 가졌어요. 그래서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이 감독은 이준호가 ‘감시자들’로 연기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연기를 하는구나…’라며 곧바로 캐스팅에 들어갔다.

“강하늘은 당시만 해도 ‘미생’을 하기 전이라 정보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서 바로 느낌이 왔어요. 윗사람에게 잘하는 모범생 같은 이미지가 바로 제가 생각한 그 경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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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 (사진제공=NEW)

 

영화를 매 순간 재미있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대사의 리듬’이다. 살짝 어긋나면서 완벽하게 계산된 엇박의 대사리듬은 진지한 상황에서 엉뚱한 웃음을 만들고, 반대로 엉뚱한 상황에서는 진지한 행동으로 더 큰 웃음을 이끌어 낸다. 이 모든 건 이 감독의 섬세하고도 치밀한 코미디 전략이다.

“영화에는 엄청난 사건도, 돈을 쏟아 부은 화려한 장면도 없어요. 그저 세 인물이 벌이는 소소한 일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죠. 그런데 그게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대사가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단순히 재미있는 대사가 연달아 등장하기보다는 관객이 경쾌한 리듬감을 느끼게끔 길고 짧음에 신경쓰면서 대본을 썼던 것 같아요.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 부분도 있죠.”

영화 속 주인공들은 평범하다. 사랑에 실패하고 꿈을 잃고 방황한다. 뭔가를 하려고 해도 현실의 벽이 가로막는다. 영화는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이제는 들으면 화부터 나는 위로를 전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절을 ‘있는 그대로 즐기라’고 조언한다.

“스무 살을 살아가는 데 특정한 답은 없어요. 저는 지금도 그때랑 다름이 없거든요. 단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뿐이지 여전히 스무 살 때처럼 불안해하고 살아가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죠. 하지만 낙인 찍히는 잘못된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해요. 그럼 기회가 와도 그것 때문에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하되 진짜 자기 것을 찾기 전에는 스스로 조심을 해야 하죠.”

여전히 스무 살처럼 살고 있는 이병헌 감독이 전하는 조언은 영화 ‘스물’ 속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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