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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문화부 기자의 19금 호기심] 음모도 분장이 되나요?

입력 2015-03-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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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미로운 현실공감 리서치를 발견했다. “배우자를 사랑해도 다른 이성에게 흔들릴 수 있다”에 무려 80%가 공감했다는 것. 40대 성인 남녀의 경우 무려 87%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영화 ‘화장’을 소재로 한 설문조사인 만큼 의도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영화 화장
한국 영화의 명장면으로 회자될 영화 ‘화장’의 병실 화장실 신.(사진제공=명필름)
극중 아내(김호정)는 곧 죽음을 앞두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오 상무(안성기)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회사 내 젊은 홍보 담당자 추 대리(김규리)에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회사에서는 능력과 덕망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딸에게는 “엄마를 사랑하기는 했냐?”고 힐난받는다. 그는 대답 대신 아내의 병간호를 묵묵히 해낸다.

원테이크로 촬영한 병실 안 화장실신은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만하다. 두 발로 설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아내가 유일하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배설물이 몸에 묻자 화장실에서 직접 닦고 치워주는 장면이다. 대변이 묻은 팬티를 벗기고 샤워기로 뒷물까지 해내는 안성기와 쇠약해진 상태로 여자로서 수치스럽고 서글퍼 흐느끼는 김호정의 연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 가운데 ‘화장’의 2% 아쉬운 신도 여기서 나온다. 바로 배우 김호정의 ‘가지런한 음모’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 속에서는 ‘삭아버린 음모’라고 표현됐을 정도로 병마에 시달린 아내의 몸이라고 하기엔 다소 ‘정돈된 라인’이 아쉬웠다. 그것은 흡사 오랜 기간 관리해 온 듯 깔끔함마저 느껴진다.

사실 출산을 겪은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예민한 그 부위가 면도기로 밀리는(?) 경험을 한다. 그동안 왁싱을 하며 관리를 해 왔더라도 새생명이 커가는 것만큼 복구에 시간이 걸리는 부위도 바로 그곳이다.

그렇다고 음모까지 연기를 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잠시 스쳐가는 장면이었지만 여배우로서 가장 힘든 연기에 도전하면서도 동시에 자존심을 버리지 않은 김호정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풍성했다면 사실감이 떨어졌을테고, 분장을 하기엔 애매한 부위였을텐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으니 말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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