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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돌아온 연예인미팅 버라이어티 '천생연분 리턴즈'

입력 2015-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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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던 2002년 10월, 토요일 밤을 뜨겁게 달궜던 ‘천생연분’을 기억하는가. 당시 MBC는 인기 프로그램인 ‘목포달성 토요일’은 ‘바쁜 스케줄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는 스타들의 즐거운 만남’이라는 기획 하에 ‘천생연분’이라는 짝짓기 코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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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애정만세’, ‘산장미팅-장미의 전쟁’ 등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천생연분’은 연예인들이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개인기를 선보였다는 점, 로맨틱한 연애와는 전혀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천하장사 출신 강호동을 MC로 내세운 점이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됐다.

당시만 해도 초짜 MC였던 강호동은 토요일 밤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신토불이’를 외치며 수많은 연예인 커플의 중매쟁이를 자처해 ‘돼랑이’(돼지+호랑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당시 ‘천생연분’을 연출했던 여운혁 전 MBC PD(현 JTBC PD)는 “당시 ‘천생연분’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강호동”이라고 단언했다. 

 

강호동은 ‘천생연분’ 폐지 후 SBS ‘실제상황 토요일-연애편지’, ‘X맨-일요일이 좋다’ MC를 맡으며 유재석과 더불어 국내 예능계를 양분하는 최고 MC로 자리잡았다. 강호동과 함께 보조MC를 맡았던 MC 신정환도 ‘천생연분’을 통해 MC로서 자질을 갈고닦았다.

강호동 외에도 ‘천생연분’은 숱한 스타들을 양산했다. 고 정다빈은 ‘옥탑방 고양이’로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전 ‘천생연분’으로 얼굴을 알렸고 재일교포 출신 유민은 청순한 외모로 숱한 남성들의 구애를 한 몸에 받았다. 가수 출신 탤런트 전혜빈은 ‘24시간 돈다(춤춘다)’는 뜻의 ‘이사돈’이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았다.

남성 스타로는 비와 세븐이 대표적이다. 당시만 해도 신인이었던 가수 비는 ‘천생연분’이 첫 고정 예능 프로그램. 그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에 회색 수트만 걸친 채 현란한 3단 꺾기 춤을 추거나 성시경과 체력대결을 펼쳐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세븐은 데뷔도 하기 전부터 ‘천생연분’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롤러블레이드를 신고 스튜디오를 누비며 다양한 끼를 선보이던 세븐은 10대 팬들과 20대 누나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외에도 윤은혜, 한채영, 최민용, 이성진 등이 킹카, 퀸카 자리에 오르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운혁PD는 “비와 세븐, 조여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 사람 모두 신인이었지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평균시청률 21%를 자랑하며 높은 인기를 누렸던 ‘천생연분’이지만 구설수도 적지 않았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는 올해의 나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천생연분’을 꼽았다.

MBC 드라마 ‘다모’에 출연했던 탤런트 이서진 편은 노골적인 자사 프로그램 홍보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온갖 구설에도 잘나가던 ‘천생연분’은 방송 1년만에 막을 내렸다. MC강호동이 SBS와의 계약으로 1년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아예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인기 MC가 타사와 계약으로 프로그램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의 시초가 되는 현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천생연분’은 박수칠 때 떠나며 연분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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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정’ 아닌 ‘진짜’ 연애, ‘천생연분 리턴즈’

12년만에 돌아온 ‘천생연분 리턴즈’는 MBC 자회사인 케이블 채널 MBC에브리원이 1년간 기획 끝에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당초 2014년 4월 방송 예정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에 편승하지 않기 위해 기획안을 세심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연출을 맡은 이유정PD는 “1년 동안 기획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 중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로 90년대 복고붐이 일어 마치 복고에 업혀가는 모양새가 됐지만 애초 1년 전부터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아이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이들이 현실적으로 출연할 프로그램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신인들의 다양한 장기와 개성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천생연분 리턴즈’는 방송 첫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강호동의 강력한 카리스마 대신 이휘재, 이특, 붐 등 세명의 MC 조합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바람’이라는 별칭처럼 다양한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MC를 맡았던 이휘재는 산전수전 다 겪은 아줌마마냥 출연자들에게 코치하는 게 주임무다. 이휘재는 “첫회에는 강호동씨의 샤우팅을 모방해봤지만 차차 세명 MC의 호흡을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동과 같은 소속사 후배인 이특은 “강호동 선배가 ‘에너지를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천생연분 리턴즈’는 스튜디오에서 장기자랑만 펼쳤던 과거와 달리 전 출연자들이 1박 2일로 MT를 떠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러브폰’이라는 휴대폰을 지급했다. 출연자들은 각종 게임을 통해 마음에 드는 이성의 번호를 획득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들의 문자 메시지가 상당히 수위가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의 은밀한 문자메시지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는 실제 공식 커플이 탄생하지 못했지만 ‘천생연분 리턴즈’는 실제 커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관계자는 “일부 아이돌 스타들 중에는 제작진에게 직접 ‘특정 스타와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에 ‘천생연분 리턴즈’의 핵심 차별화는 ‘설정’이 아닌 ‘진짜’ 연애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 원조에서 탄생하지 못한 실제 커플이 속편에서 탄생할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졌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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