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알뜰(36)씨는 결혼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서로의 경제 상황을 모두 공개하고 함께 가계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 전부터 조금씩 모으기 시작한 비상금은 남편에게 털어놓지 않고 여전히 따로 모아왔다.
그러던 중 나씨 친정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해 수술비로 1000만원 정도가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
친정 가족 중 마땅히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던 터라 숨겨둔 비상금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평소 모으던 비상금 덕에 다른 적금이나 보험 해지 없이 정말 '비상시점'에 적절하게 쓴 것.
더불어 남편과 시댁의 눈치를 따로 보지 않아도 됐다. 다행히도 그녀 아버지는 수술이 잘돼 퇴원을 기다리고 있다.
비상금이라는 단어는 얼핏 듣기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남 모르게 차곡차곡 모아둔 ‘검은돈’ 이미지를 풍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상금을 ‘비자금’으로 이용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비상금은 엄연히 ‘비상시에 쓸 수 있는 돈’으로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살다가 비상사태를 맞이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 앞으로 닥칠 길흉화복을 점칠 수는 없는 일.
자칫 작은 불씨가 초가삼간을 태우듯 비상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없다면 더욱 큰 화가 돼 돌아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비상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 관리도 잘 해야 한다.
◇비상금, 얼마나 어떻게 모아야 할까
비상금으로 얼마를 모으는 것이 적절할까?
비상자금 규모는 일반적으로 월 소득의 3~6배 정도가 좋지만 미혼과 기혼,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규모를 달리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맞벌이부부는 최소 3개월치 수입만큼, 외벌이 부부라면 6개월치 수입만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영업자는 비상예비자금 규모가 경기흐름 및 업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경기에 민감한 업종은 5~6개월분 고정지출비용을, 경기에 덜 민감한 업종은 3~4개월분의 고정지출비용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많은 돈을 통장에 묶어두고 살 수는 없으므로 비상자금 중에서도 병원비는 ‘의료실비보험’으로, 배상책임은 ‘운전자보험이나 가족일상 배상책임보험’ 등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할 비상자금은 불규칙한 지출과 실직으로 인한 대체소득 정도로 짐작해볼 수 있다.
비상금 통장으로는 은행 계좌보다는 CMA통장이 안성맞춤이다.
비상금은 언제든지 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은데 은행 보통예금통장 금리가 매우 낮기 때문에 언제든 활용할 수 있으면서 일반적인 은행 수시입출금통장보다 이자를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CMA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상금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 필요
비상금을 모으다 보면 목적과 시기가 확실치 않아 쉽게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상금을 모을 때는 확실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즉 비상금을 깰 만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 규칙을 정해야만 하는 것.
카드값이 다소 부족한 달에도 꺼내 쓸지, 아니면 실업이나 병원치료 등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사용할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돈이 있다는 걸 알면 쓰고 싶어진다.
카드나 ATM으로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으로 비상금을 관리하려면 두 배는 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가능한 한 비상금이 있다는 사실을 잊도록 하자.
비상금의 기본원칙은 바로 ‘비밀유지’에 있다.
비상금 존재를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거절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자.
성과급을 받았을 때 가족에게 그 사실을 감추는 이유 또한 필요 이상의 지출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닌가. 비상금도 마찬가지다.
혼자 비밀로 간직할 때 그 효과를 발휘한다.
비상금의 첫 번째 목표는 원금 보존이다. 비상금은 투자를 위한 목돈이 아니다.
수익률에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장기펀드나 주식투자는 금물이다.
브릿지경제 =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