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문화 > 방송·연예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야기의 힘을 발휘하다

호락호락하지도 너그럽지도 않은 삶을 사는 여자 3대
그 폭폭한 삶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여자들의 반격

입력 2015-03-05 21:07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goodgirl
만만치 않은 여자들의 통쾌한 발차기,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사진제공=KBS)


이렇게 지질한 인생이 또 있을까? 여자는 젊은 여자에 남편을 빼앗긴 채 두 딸까지 키우며 모질게도 살아왔다. 천벌을 받은 건지 남편은 일찌감치 사고로 저 세상 사람이 됐다.

재벌가 며느리에 큰소리까지 치는 재야 요리선생으로 이제야 살만하다 싶었더니 작은 딸이 도박으로 돈 사고를 치는 통에 가게는 물론 집까지 날릴 위기에 처했다. 순례길에 올랐던 작은 사위는 돌아오자마자 회사 동료와 재혼을 한다며 작은 딸에게 이혼을 종용한다.

잘나가던 앵커 큰 딸은 실직했고 대학교수 손녀딸은 수업 폐강으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설상가상 남편의 여자가 시한부가 돼 나타났다. 남편도 없는 상황에서 ‘웬수같은’ 세컨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한다.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 강순옥(김혜자)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모진 풍랑을 헤치고 이제야 좀 살만해진 여자에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너그럽지도 않다. 하지만 폭폭한 삶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강 선생, 그녀의 딸들과 손녀, 그리고 남편의 여자까지 극중에 호락호락한 여자라고는 없다.

탄탄한 이야기와 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등 관록의 여배우들 캐스팅으로 무장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3회만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닐슨코리아 리서치에서 발표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 3회 시청률은 11.8%(12.2%), 지난주까지 수목극 1위였던 MBC ‘킬미 힐미’(전국 11.5%, 수도권 12.5%)를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한없이 추락 중인 SBS ‘하이드 지킬 그리고 나’는 결국 3.8%(4.1%)까지 하락했다.

그간 수목극은 8개 인격 출동으로 보는 재미를 제공하던 ‘킬미 힐미’, 테리라는 제3의 인격이 등장한 ‘하이드 지킬 그리고 나’ 등 ‘다중이’ 캐릭터에만 몰두 중이었다. 차도현에서 시작된 신세기, 안요나, 안요섭, 페리박 등 8개 인격과 전혀 다른 성격의 구서진과 로빈, 테리까지를 연기하는 지성과 현빈의 연기대결은 꽤 흥미진진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 이야기와 개연성은 아쉽기만하다.



www
출생의 비밀, 바람난 남편, 복수 등 뻔한 코드를 상쇄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사진제공=KBS)


이 같은 상황에서 탄탄한 스토리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중무장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TV의 주요 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은 물론 젊은이들까지 끌어들이며 선전하고 있다.

아직은 정마리 역의 이하나가 아쉬움을 자아내기는 한다. 하지만 강 선생 역의 김혜자, 장모란 역의 장미희, 김현숙 역의 채시라, 김현정 역의 도지원, 정구민 역의 박혁권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바람난 남편, 기구한 운명의 여자들, 출생의 비밀, 복수 등 막장 주말극 혹은 일일극을 연상시키는 코드들이 즐비하지만 이상하게 신선하다.

버선발로 발차기를 날리는 김혜자며 부스스 머리를 풀어헤치고 통곡을 하는 채시라, 우아한 듯 삐끗거리는 장미희, 말끔한 얼굴로 후배들의 이야기를 도청하며 ‘미친년들’이라고 욕설을 날리는 도지원 등 뻔한 코드를 상쇄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더불어 정마리를 둘러싼 이두진(김지석), 이루오(송재림)의 설레는 로맨스도 기대요인이다. 

“다신 인간으로 태어나지 맙시다.”

모든 것을 잃고 아버지 무덤을 찾아 오열하는 하자인생 김현숙, 불편하기만 한 동거를 시작한 강 선생과 장모란, 백수가 됐거나 될 위기에 처한 김현정, 정마리 등 저마다 지리멸렬한 사연을 풀어내기 시작한 등장인물들만으로도 기대감이 상승한다.

그리고 그들 앞에 곧 누군가 돌아온다. 이 청천벽력같은 사건으로 기구한 운명의 여성 3대의 삶은 더욱 지리멸렬해진다. 진지한 듯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듯 핵심을 찌르는 그녀들이 세상에 날릴 통쾌한 발차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브릿지경제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