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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배우들’, ‘국민엄마’ 김혜자, ‘욕쟁이’ 김수미, ‘베테랑’ 박정자

영화 '개훔방'에 이어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로 연기열정을 이어가는 김혜자
MBC '전설의 마녀' 흥행 이끈 김수미, 영화 '헬머니'로 단독 주연
80세를 여인으로 만든 힘, '연극베테랑' 박정자

입력 2015-02-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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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과 연륜, 여전한 연기열정으로 빛을 발하는 김수미, 김혜자, 박정자(왼쪽부터)

아름다운 외모와 젊음으로 승부하는 배우들이 있다. 물론 ‘미친’ 연기력으로 사랑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기 한 분야에 40년 이상 몸담으며 꾸준한 활동과 말로 하면 입 아픈 연기력으로 사랑받는 이들이 있다. ‘국민엄마’ 김혜자, ‘욕쟁이 일용엄니’ 김수미, ‘연극베테랑’ 박정자, 세 여배우는 연기력과 연륜, 여전히 식지 않은 연기열정을 바탕으로 10세 소녀, 19세 소년과 소통하고 사랑하며 빛을 발하고 있다.


◇‘국민엄마’ 김혜자, ‘개훔방’ 사수대 선봉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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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엄마’ 김혜자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홍보에 발 벗고 나서 불합리한 영화 유통구조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사진제공=삼거리픽쳐스, KBS)


김혜자는 지난해 말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으로 ‘마더’ 이후 6년만에 영화에 복귀했다. 늘 달고 다니던 ‘국민엄마’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히스테릭하고 이기적이며 음울한 노부인의 역이 이상하게도 잘 어울린다.

지소, 채랑, 지석, 세 아이들의 좌충우돌 개 훔치기에 김혜자는 피해자였다. 분량을 따지면 조연 정도, 캐릭터도 그녀 스스로 표현하듯 ‘마귀할멈’에 가깝다. 하지만 그녀는 부당한 영화 유통시스템, 영화제작 및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 횡포에 밀려 조기상영 위기에 처한 ‘개훔방’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데뷔 50년만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 뛰고 또 뛰었다. 뉴스, 고발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너무 좋은 영화라 한 사람이라도 더 보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녀는 17일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우리 친척들도 왜 영화가 밤중에 하냐고 혹은 벌써 상영을 안 한다고 그러고 어떻게 해야 되냐고 자꾸 묻고 그러니까”라며 “이건 조금 불합리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영화계, 엔터테인먼트계의 진정한 어른으로써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그리고 김혜자는 KBS2 새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통해 또 한번 변신을 꿈꾼다. ‘가족애’를 그리는 주말극이 아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에서 김혜자는 외도한 남편으로 인해 그늘지고 외로운 삶을 산 여자 강순옥을 연기한다.

‘안국동 강선생’이라는 명성과 영화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한 대리만족으로 꽤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강순옥은 곱디 고운 외모에 요리를 배우러 온 재벌가 며느리에게도 예외 없는 거친 말투와 욕설을 달고 사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늘 희생하던 ‘국민엄마’에서 걸출한 여장부로 돌아올 김혜자의 복귀가 극에 대한 기대치마저 한껏 끌어 올린다.



‘미친 존재감’ 김수미, 이렇게나 귀여운 욕쟁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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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욕쟁이 할머니와 속물스러운 복권 당첨자로 ‘미친존재감’을 발휘 중인 김수미.(사진제공=전망좋은영화사, MBC)


한지혜, 오현경, 하연수, 전인화, 변정수, 김윤서 등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많이도 등장하는 드라마 MBC ‘전설의 마녀’에서 유독 눈길을 끈 이는 김수미였다. 고두심이 연기하는 심복녀의 감방 동기 김영옥으로 복권에 당첨돼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물이다. 품위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김영옥은 걸쭉한 욕설과 수가 뻔히 보이는 콧소리로 극에 활력과 웃음을 불어넣고 있다.

주인공 문수인(한지혜)이 하는 일에 분탕질을 치는 마주란(변정수)에게 40억원 사기를 치며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준 이도 김영옥이다. 심복녀(김영옥)와 연인 사이인 박이문(박인환)에게 작업(?)을 걸다 망신을 당하기 일쑤고 보청기에 틀니까지 낀 노인에게 유혹을 당하는 자신에 욕지거리를 내뱉는 김영옥은 김수미의 연기로 귀여운 속물이자 욕쟁이가 된다.

다소 부진하던 ‘전설의 마녀’의 흥행을 이끈 김수미는 영화 ‘헬머니’의 단독 주연으로 나서 설 연휴를 책임진다. 영화 사상 최초의 ‘욕배틀’이 열린다.

고삐리 일진, 디스전문 래퍼, 자갈치 할매, 욕쟁이 경찰, 지하철 막말녀 등 아래위도 없고 앞뒤도 없는 사회의 문제적 인간들이 모여 욕배틀을 펼친다. 욕배틀이 소재인 영화라면 당연히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니, 역시 김수미다.

갑질이 난무하고 소통이라고는 되지 않는 짜증나는 세상, 그 세상에 거침없이 내뱉는 김수미의 욕설은 모르고 뒤통수 맞고 알면서도 당해야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19 그리고 80, 할머니 아닌 여인을 가능케한 ‘연극베테랑’ 박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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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의 모드를 할머니가 아닌 여인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배우 박정자. 오른쪽 아래는 난타 1000만 관객 돌파 기념식에서 초연배우 서추자와 함께(사진제공=샘컴퍼니, PMC프로덕션)


지난 2월 3일 연극 ‘해롤드&모드’는 1만명 관객을 돌파했다. 물론 해롤드를 연기한 강하늘 팬덤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박정자는 벌써 6번째 모드로 무대에 선다. 이종혁, 김영민, 윤태웅, 이신성, 조의진 등 다섯 명의 헤롤드가 가고 강하늘이 새로운 해롤드를 연기한다.

19세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80세 여인, ‘할머니’라기 보다는 여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드는 배우 박정자가 있어 가능했다.

“지구의 슬픔은 스스로가 인간인 줄 알면서도 기계로 착각하는 인간들이야”, “살아있는 거인의 품에 안겨 자연을 지켜보고 있는 거야”,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이별이야”….

지나치게 연극적이고 과장된 감정은 박정자를 만나면서 일상어가 된다. 강하늘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스타일리시한 패셔니스타이며 철저하게 관리 중인 슬림한 몸매의 소유자다. 1월 26일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구세군회관 내 난타전용극장에서 열린 ‘난타 1000만 관객 돌파 기념행사’에 시상자로 참석한 박정자는 분명 스타일리시했다.

강하늘이 “박정자 선생님을 보는 순간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무 사랑스럽지 않아요?”라고 관객에게 반문할 만큼 그녀는 여인이다.

“80세는 인생 중 가장 충만한 나이, 더도 덜도 아닌 꽉 찬 날로 모든 것이 너무 예쁜 날이라고 생각해요. 80살까지 건강하게 무대에 선다면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어요.”

연극 ‘해롤드&모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박정자는 “무한 애정과 사랑, 무소유와 무공해의 삶을 사는 모드를 통해 많은 관객에게 사랑과 지혜를 전달하고 싶다”며 “이런 삶이 이 세상을 정말 빛나고 깨끗하게 정화시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자리를 빼곡하게 채운 객석,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찾는 공연장, 그렇게 연극배우 박정자가 바라는 극장 풍경이 완성돼 간다. 이 역시 그녀가 모드의 자리를 지키며 ‘해롤드&모드’ 공연을 6회째 이어오고 있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저는 이 공연을 80세까지 꼭 할겁니다. 배우로써 연극하는 사람으로써 메신저 역할을 충분히 해서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연극으로 배우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그녀는 ‘연극배우’ 박정자다.

브릿지경제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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