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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도 휘청, 작고 여린 녀석이 독기를 품었네

[오현식의 나물이야기] ③ 매콤한 맛 일품인 달래

입력 2015-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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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하면 왠지 애처로운 생각이 먼저 든다. 한바탕 몰아치는 심술궂은 봄바람에 가늘디 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은,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여느 들풀과 다른 모습이다. 잎이 바늘처럼 가늘고 줄처럼 길어 봄바람 앞에는 영락이 없다. 알고 보면 달래는 특이한 모습이다. 여느 산나물과 달리 잎자루가 없고  땅속의 작은 구슬 같은 비늘줄기가 있다. 뿌리는 비늘줄기 밑에 마늘처럼 잔뿌리가 나 있다. 잎은 가늘고 긴 대롱처럼 생겼다.

 

 

달래 뿌리 여러개 충남 서산 11 03 10-1
수확한 달래

 

 

달래는 다른 들풀보다 일찍 모습을 드러낸다. 목련 꽃이 지고 들녘이 하루가 다르게 푸른 색으로 탈바꿈할 때 쯤이면 어느 새 낙엽을 밀어젖히고 서로 앞다투며 키를 키운다. 바람에 씨앗이 날려 퍼지기 때문에 산야에 자생하는 것은 한두 포기씩 흩어져 자라기도 하고, 한 곳에 모여 소복이 자라기도 한다. 그래서 운 좋게 한 뿌리만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한 끼 식탁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캘 수 있다.

달래는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 특히 논이나 밭둑에서 잘 자란다. 달래를 캐다 보면 밭둑 같은 것을 망쳐놓기 십상이다. 그래서 요즘 농촌 사람들은 도시민들이 농촌의 야산이나 밭둑에 얼쩡거리는 것을 싫어한다. 도시민은 재미삼아 달래를 캐며 잠시나마 추억에 빠져본다지만 논밭 주인들은 일손이 가기 때문에 여간 성가시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달래는 여름이 되면 뜨거운 햇빛에 견디지 못해 줄기와 잎이 말라죽고 땅속에서 알뿌리만 잠을 잔다. 알뿌리는 지름 1㎝ 내외의 둥근 모양인데 나중에 2~6개로 새끼를 쳐 나간다. 달래는 마늘의 ‘사촌’이다. 한방에선 ‘들마늘’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도 wild garlic(야생 마늘)이다. 뿌리는 영하 20℃에서도 끄떡하지 않을 만큼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달래는 캐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모래땅에 난 것은 잎자루 밑동을 잡고 슬며시 천천히 뽑아 올리면 옥구슬 같은 것을 끝에 매단 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구슬 같은 방울을 달고 달려 올라오는 달래를 보면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러나 잡아당기다 보면 잎자루가 똑똑 끊어지기 마련이다. 잎줄기도 맛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달래는 알뿌리째 캐야 제 맛이 난다. 매콤한 매운맛이 대개 알뿌리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래는 쉽게 몸을 내주지 않는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그 둘레를 파는 노력을 들여야 그제야 흰 살을 드러낸다. 실처럼 가늘고 여린 잎이 단단한 땅속 깊이 뿌리내린 모습을 보면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앙증맞은 달래 뿌리는 언제 보아도 새롭다. 옛사람들은 앙증맞은 달래 뿌리에 빗대어 작고 귀여운 여자를 달래각시라 불렀다. 구슬처럼 동그스름하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하다. 앙증맞은 달래 뿌리를 보고 있으면 그저 배가 부르고 넉넉해진다.

달래 하면 매콤한 맛이 제일 먼저 혀끝에서 묻어난다. 제철은 3~4월이다. 이 때 캔 것이 생나물로 먹기에 가장 좋다.

이 시기를 지나면 너무 억세 생나물로 먹을 수 없다. 그렇다고 억센 것은 버릴 필요가 없다. 물에 깨끗이 씻어 고추장 항아리 속에 박아두었다가 꺼내 먹으면 그것 또한 별미이다.

오현식 '약이되는 산나물 들나물' 저자

 

 

달래 가로 밭 충남 서산 11 03 10-1
달래밭

 

 

◆영양·약효 : 알리신 성분 암 예방 효과

 

달래엔 항암 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어 암 예방 효과가 있다. 또 피로 회복을 돕고 유해 산소를 없애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인 칼슘이 봄나물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반면 100g당 열량이 27㎉로 아주 낮아 살찔 염려가 전혀 없다. 

 

'동의보감'에는 "달래의 따뜻한 성질이 음식이 잘 소화되게 한다"고 전한다.

 

◆재배·수확 : 8~9월 파종·서늘하게 관리

 

달래가 말라 죽는 7월 무렵 달래의 주아를 채취하여 그해 8~9월에 모구와 자구를 1대 4 정도로 섞어서 파종하여 기르면 그 이듬해 자구와 모구를 생산할 수 있다. 파종한 뒤에는 너무 습하거나 건조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달래는 널찍이 심고 찬바람을 자주 쇠게 하면 자연산처럼 달래 특유의 매콤한 맛이 난다. 산성에는 약하므로 반드시 석회를 뿌리고 재배한다.

 

 

 

달래 장아찌
달래 고추장 장아찌

 

 

◆ 달래 고추장 장아찌, 김 넣어 무치면 감칠맛 최고

  

여름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이면 혀끝을 간질이는 달래 장아찌 맛에 텁텁한 입맛을 다신다. 봄에 담가 둔 고추장 항아리에서 달래 장아찌를 꺼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던, 어릴 적 추억이 절로 생각난다. 

 

매운맛과 달착지근한 맛이 적당해 어느 음식에 넣어도 잘 어울려 맛을 더한다. 깨끗이 씻은 뒤 고추장, 식초, 깨소금에 무쳐 먹어도 맛이 좋다. 무칠 때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는다. 애호박을 썰어 넣은 된장찌개나 국에 넣어도 그만이다. 자연산은 전으로 부쳐 먹어도 좋고, 달래나물에는 김을 넣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져 매콤한 맛과 잘 어울린다.

 

<만드는 법>

1.고추장, 달래, 매실액을 준비한다.

2.손질한 달래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뺀다.

3.고추장과 매실액을 3:1의 비율로 섞어준다. 

4.달래에 고추장 양념을 살살 바른다.

5.고추장이나 양념통에 넣어 숙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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