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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읽어주는 남자…"짧은 코멘트로 전자책 대박"

<인터뷰> 이태훈 사진작가
사진 한장한장 짧은 설명 달아 전자책 출간…7년째 베스트 셀러

입력 2015-01-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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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사진작가(사진제공=이태훈)

 

"그냥 무료로 하죠?"

 

'스포츠서울' 여행기자 7년. 월간조선 사진기자 3년 경력으로 여행 글쓰기와 사진촬영에 베테랑이었던 이태훈(46) 작가의 전자책(e-book) 첫 여행지는 영국이었다. 사진 한 장과 간단한 설명 형식으로 구성된 여행서의 권당 정가는 4900원. 이마저도 이태훈 작가의 제안으로 900원에 파격 할인해 판매했다. 

 

다운로드 30만 돌파, 그렇게 30개국 여행사진과 정보를 담은 ‘사진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17권이 완성됐다.

사진 1000장과 원고지 2000매에 달하는 원고로 구성된 17권 세트는 현재도 할인 폭과 세트 구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1만1000원에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드디어 할 일이 생겼구나 했어요.”

20년 전 PC통신시절부터 ‘사진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던 그는 여행 마니아다. 강원도 태백 탄광촌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 때 무일푼 국토순례를 떠났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기에 바빴다.

그리고 1987년 해외여행 자율화 직후인 1989년 대학 입학과 더불어 그의 방랑벽은 해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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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세계 80개국을 여행했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20년째 여행 중이다.(사진제공=이태훈)

 


여행지 사진에 대여섯 줄의 설명을 달아 게시하던 사이트 ‘사진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은 유료광고가 세 개나 붙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드나들었다. 그렇게 전세계 80개국을 여행했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20년째 여행 중이다. 차곡차곡 쌓아둔 그의 콘텐츠는 전자책 시장의 도래와 더불어 날개를 달았다.

잘 찍은 사진 한 장과 원고지 2매 내외의 설명, PC통신시절의 게재 방식은 고스란히 전자책으로 옮겨갔다. ‘사진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에 이어 ‘여행사진 100배 잘 찍기’ 12권, ‘사진으로 떠나는 대한민국 105선’ 10권이 세트로 출간됐으니 전자책만 40여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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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찍은 사진 한 장과 원고지 2매 내외의 설명, PC통신시절의 게재 방식은 고스란히 전자책으로 옮겨갔다.(사진제공=이태훈)

 

 

이 전자책 3종 세트는 리디북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7년째 고수하고 있는 그의 전자책 방식은 꽤 유효한 셈이다.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게 전자책이지만 그래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기도 하다. 종이책에 비해 제작비는 적고 인세도 높은 편이다. 이태훈 작가는 50%의 인세를 받고 있으니 1만1000원짜리 ‘사진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이 1만부 팔리면 5500만원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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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작업 중인 ‘왕의 시선으로 바라본 궁’. 창 너머로 보이는 지붕 위 소복이 쌓인 누이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사진제공=이태훈)

 

 

“누구나 환상을 가질 만하죠. 하지만 그만큼 콘텐츠가 좋아야 해요. 기획력과 스토리텔링이 보다 중요해졌죠. 현재 작업 중인 한국의 궁궐 사진은 ‘왕의 시선으로 바라본 궁’이에요. 문을 열면 고독해 보이는 굴뚝과 하늘이, 지붕 위 소복이 쌓인 눈이 계절을 알려줄 뿐이에요. 노출, 조리개 등 기술적 고민보다 ‘시각’과 무엇을 담을지 메시지가 중요하죠.”

더불어 전자책은 세트로 구성해야 하니 통일성도 있어야 한다. 결국 인내심도 성공 요인 중 하나인 셈이다.

20년을 갈고 닦은 자신만의 콘텐츠, 10년간 기자생활로 얻은 기획력과 스토리텔링 스킬, 타고난 인내심과 부지런함의 소유자인 이태훈 작가에게 전자책 시장은 그야말로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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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과 노란 단풍. 그 사잇길을 걷는 이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모차르트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나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풍경.(사진제공=이태훈)

  


이미 전자책 40권과 ‘뷰티풀 시리즈’(다른세상, 2003~2011),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21세기북스, 2010), ‘하늘이 내린 선물’(눈빛, 2011), ‘끌리다 거닐다 홀리다’(21세기북스, 2011), ‘한옥, 하늘과 당과 사람이다’(연두와파랑, 2014) 등 14권의 종이책을 낸 이태훈 작가는 2015년에도 분주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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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태훈)

 

 

‘사진으로 보는 세계 여행’ 2, 3권과 ‘이태훈의 항공사진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전자책으로 출간한다.

  

이외에도 진행 중인 그의 비밀 프로젝트는 무궁무진하다. 경복궁, 창덕궁, 종묘, 왕릉 등의 안팎과 사계를 사진으로 담고 있는가 하면 장사익, 김선두 교수 등과 캘리그라피, 유명 시인과 협업하는 시사전(詩寫展), 우리시대 명사 등을 주제로 한 기획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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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태훈)

  

“제 삶의 모토가 ‘돈 안 되고 남이 안하는 걸 열심히 하자’예요.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가치를 발휘하곤 하거든요. 전자책은 절판이 없어요. 창피한 건 죽을 때까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죠.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신중해야 해요.”

그는 5년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자신의 전자책 콘텐츠를 영어로 번역해 아마존에 입성하기 위한 이태훈 작가의 발걸음은 벌써부터 인내심과 부지런함, 기획력 등으로 중무장 중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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