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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와 무겁고 시공 어렵지만 50년은 '거뜬'

[한옥에 살어리랏다] 한옥 집짓기 下 자재

입력 2014-11-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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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색 나무기둥과 한옥만의 멋들어진 창호, 지붕에 얹혀진 기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한옥에는 어떤 자재들이 사용될까?

한옥을 지을 때 설계와 시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자재 선택이다. 어떤 목재나 기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외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에서도 1000만~2000만원이 넘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한옥을 짓기로 마음 먹었다면 시공사와 상의해 건축주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꼼꼼히 알아둬야 할 부분이다.

자재를 살펴보자니 종류도 다양하고 이름도 복잡해서 선뜻 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브릿지경제는 한옥을 전문 시공하는 박원순 ‘도담한옥’ 대표에게 자재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달 공사가 마무리된 따끈한 종로구 계동의 한옥에 실제로 들어간 자재들도 표시해서, 이렇게 선택했을 때의 실공사비도 공개했다. 박원순 도담한옥 대표는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켜 나가는 젊은 CEO다. 전통한옥기법을 갈고 닦아온 도편수들과 함께 현대인의 삶에 맞춘 한옥을 짓고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 앞 카페 '봄마다 푸름'도 도담한옥의 작품이다.

 

종로구계동한옥전면
종로구 계동 한옥의 전면 모습 (도담한옥 제공)

 


◇ 목재… 전통미는 육송·강도는 더글러스퍼 최고

 

 

한옥의 외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목재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한옥에 사용되는 목재는 전통의 육송을 비롯해 집성재, 더글러스목 등이 있다.

한옥에서 사용하는 나무 목재를 세는 단위는 1재(3*3*360cm)다. 50㎡(15평) 한옥을 짓는데 대략 8000재의 나무가 필요하다.

2~3년 이상 육송은 1재당 대략 2800원. 이에 비해 수입목인 더글라스퍼는 2000원으로 저렴하다. 집성재는 자재값은 육송보다 비싸지만 보통 목수들이 대패로 밀지 않고 기계로 치목해 인건비 측면에서는 가격이 줄어들 수 있다.
 

육송은 피톤치드가 나와 건강에 좋기도 하고 외관상 색깔이 미색으로 가장 전통미를 뽐낼 수 있는 목재로, 종로구 계동 한옥을 지을 때 사용했다.

강도는 더글라스 퍼가 가장 좋지만 갈라질 때 일자로 크게 쩍쩍 갈라질 수가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외관에 있어 붉은 기가 도는 더글라스는 육송보다 덜 쓰는 편이다.

집성재는 목재의 변형을 해결하려고 제시된 재료인데, 박 대표는 아직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집성재는 나무인지 플라스틱인지 헷갈릴 만큼 너무 반듯해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해칠 수 있다. 만들어질 때 화학처리가 되어 곰팡이나 개미의 피해가 적은 것이 장점.

 

 

종로구계동한옥내부
종로구 계동 한옥의 내부 모습 (도담한옥 제공)

 


◇ 단열재…지름 21cm 나무기둥엔 두께 12cm가 적당 

단열재의 두께는 건축주의 선택이다. 7치(지름21cm)의 나무기둥의 경우, 12cm 두께의 단열재를 선택해야 나무기둥이 내부와 외부에 노출이 돼 예쁘게 마감이 된다.

채세움숯단열은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장점이지만 가격은 다른 단열재들보다 훨씬 비싸다. 가장 많이 쓰이는 12cm 단열재를 기준으로 하면, 채세움숯단열은 1㎡당 10만원, 경질우레탄은 2만~3만원, 스티로폼은 1만~2만원이다.

 

설치비는 따로 계산해야 한다. 설치비는 건물 당 계산되는데, 채세움숯단열은 이미 조립돼 나와 건물 당 설치비가 50만원이 든다. 하지만 경질우레탄이나 스티로폼은 기사 3명이 3일 동안 와서 설치하는데 200만원정도 든다.

북촌 계동 한옥에는 스티로폼을 썼다. 비용에 있어 경쟁력 있고, 단열에서도 다른 자재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건축 경질우레탄은 이수단열과 같은 단열재 전문 업체에 주문을 맡겨야 하는데 비해 스티로폼은 어느 자재소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기와…색깔 '예뻐지는' 동판기와 반영구적

홑처마 또는 겹처마에 따라, 혹은 집의 구조가 ㄷ자인지 ㄱ자인지에 따라 쓰이는 기왓장 수는 다르다. 하지만 대략 3.3㎡당 플라스틱 기와는 100만원, 토기와는 130만원, 동판기와는 150만~160만원가량 든다.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는 현장에서는 가벼운 플라스틱 기와와 동판기와가 토기와보다 강점을 나타낸다. 토기와는 플라스틱 기와와 자재값만 두고 보면 비슷한데, 무거워서 옮기는데 인건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돼 위와 같은 가격 차이가 생긴다.

내구성에 있어서는 동판기와가 단연 최고다. 시간이 지나면서 토기와와 비슷한 색깔로 차차 변하고 반영구적이다. 암키와와 수키와가 따로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차차 색이 변하는 동판 기와만의 미적인 강점때문에 사찰에서 많이 쓰인다.

플라스틱 기와는 용마루, 내림마루 등이 일체형으로 나와 설치해 전통미가 떨어지고, 뜨거운 열에 뒤틀릴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토기와는 추위에 동파될 수 있는데 잘 시공만 해 놓으면 50년은 간다고 본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받는 계동 한옥은 토기와를 썼다. 이처럼 지자체에서는 반드시 토기와만을 사용하도록 명시해서 건축주의 선택의 폭이 좁을 수 있다. 또, 50㎡(15평) 한옥에도 토기와를 올리기 위해서는 20톤~25톤의 흙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량목구조의 한옥에는 토기와가 적절하지 않다.


◇ 창호…내·외부 한식창 아름답지만 추위에 약해

한옥에서 창호는 규격화되지 않은 자재로 집에 맞춰 생산된다. 집이 지어지는 크기에 따라 주문제작하고, 한옥외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찮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신축, 보수하는 한옥이라면 한식 창호모양이 꼭 들어가야 한다.

 

긴 창호는 내·외부한식창일 때 한 짝당 25만원, 한식창에 내부새시는 10만~25만원, 한옥시스템창호는 5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짧은 창호는 각각 17만원, 7만~15만원, 30만원이다. 한식창에 내부새시를 복합할 경우에는 내부새시를 무엇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계동 한옥에는 한식으로만 구성된 창호를 썼다. 가장 추위에 약하지만 수목장이 직접 하나하나 짜기 때문에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자랑 한다. 한옥을 짓는 건축주들은 미적인 부분을 중요시 여겨 내·외부한식창을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건창호가 개발한 한식시스템 창호는 단열, 변형 문제 등에 있어 가장 좋지만 가격은 편하지 않다. 시스템창호를 선택하면 72.6㎡(20평)의 창호에만 3000만~5000만원이 들어갈 수 있다. 틀까지 세트로 나오는 시스템창호는 실리콘으로 고정시킨 부분이 눈에 거슬릴 수 있다. 

 


* 종로구 계동 한옥은?
대지면적 60㎡(18평)에 전용면적 36㎡(11평)에 지어진 도시형 한옥. 시공기간은 8개월이 걸렸다. 꼼꼼한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미관과 단열에 초점을 뒀다. 목재는 육송, 창호는 내·외부한식창, 기와는 토기와로 살린 전통미가 포인트. 목재를 정교하게 맞추는 숙련된 전문가들과 작업해 틈새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와 같은 자재를 사용하면 실공사비는 1000만원이지만, 계동 한옥의 경우 차량진입이 어려워 실공사비만 1200만원 들어갔다.

* 박원순 도담한옥 대표는?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켜 나가는 젊은 CEO. 전통한옥기법을 갈고 닦아온 도편수들과 함께 현대인의 삶에 맞춘 한옥을 짓고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 앞 카페, ‘봄마다 푸름’도 도담한옥의 작품이다. ‘봄마다 푸름’은 종로구청장에게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한옥만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냈다. 종로구에 도시형 한옥뿐 아니라 경주, 영덕에도 전원형 한옥을 지으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하ㅑㄴ옥-1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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