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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방극장 주인공은 장그래·은하수…그리고 '계약직'

청년 고용불안 현실 보여주는 캐릭터가 대세

입력 2014-11-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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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장그래, 김미영, 정수영….

올해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주인공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계약직'이다.

특히 취업 시장에서나 사회 조직에서나 '을 중의 을'인 20~30대 계약직 직원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마다 이들이 겪는 현실의 질감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내일 출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하는 부당한 처우, 정규직들의 차별과 눈치 속에서 버터야 하는 일상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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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수부터 정수영까지…안방극장 채운 계약직들

지난주 첫 방송된 MBC TV '미스터백'의 주인공 은하수(장나라 분)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에서 해방된 적이 없다.

은하수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투혼 끝에 대한리조트의 정규직도 아닌, 계약직 인턴사원에 합격하자 뛸 듯이 기뻐한다.  

평범한 '명랑소녀' 연기가 일품인 장나라는 직전 작품인 MBC TV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도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서무 직원 김미영을 연기했다.  

김미영의 별명은 '포스트잇 걸'이다.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나 시킬 일을 간단히 기록해두는 책상 위 포스트잇처럼, 누구에게나 언제나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다.  

형 대신 기업의 본부장으로 위장 취업한 고등학생의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 tvN '고교처세왕'의 주인공 정수영(이하나 분)도 김미영과 딱히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낸다.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온 정수영은 하루하루 성실히 근무하지만 컴포 Inc에서 2년째 계약직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는 적은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먼지 같은 일을 하다 먼지가 돼버린' 느낌을 받는다.

요즘 방송가의 화제를 독점하다시피한 tvN '미생'은 인턴사원과 계약직 사원의 팍팍한 현실을 세밀화로 그려내 격찬을 받고 있다.

임시완이 분한 장그래는 고졸 출신에 자격증이라고는 컴퓨터활용능력 하나만을 손에 쥔 채 대형 종합상사의 인턴사원으로 들어왔다. '낙하산'이라지만 곧 줄이 끊어질 것이 분명해 보여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낙하산이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인턴사원에서 2년 계약직 사원이 되지만 갈 길이 멀다.

함께 계약직에 합격한 계약직 사원 안영이(강소라),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한)의 처지도 별반 다를 바 없다. 할 일은 보이지 않고, 일을 배우기는 어렵고, 선배들의 텃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괴롭다.

SBS TV에서 방영하는 주말극 '모던파머'의 주인공 4인방 중 한 명인 유한철(이시언)도 왕년에는 홍대를 주름잡던 유명 록밴드 멤버였으나 27살이 된 현재에는 그 뛰어난 재능을 회사 접대 자리에서 발휘하는 계약직 사원이다.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를 끄는 KBS 2TV의 '가족끼리 왜 이래'에는 열정은 많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차달봉(박형식 분)이 등장한다.

어렵게 구한 첫 직장이 다단계 회사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차달봉이 자기 돈으로 구입한 영양제 100만원 어치를 들고서 망연자실한 모습은 그저 웃으면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 청년 고용 불안정 심화 현실 반영  

TV 드라마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여전히 한국 드라마는 '신데렐라'를 선호한다. 다양한 변주를 꾀해도 드라마의 기본 뼈대는 내놓을만한 것 하나 없는 여자 주인공이 재력과 권력에 인성까지 훌륭한 남자 주인공을 만나 역경도 딛고 사랑도 쟁취하는 이야기다.

계약직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제작진이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이런 캔디형 여주인공에게 가장 맞아떨어지는 직업으로 계약직을 손쉽게 고르는 탓도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계약직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시대가 더 팍팍해졌다는 방증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김두순 전임연구원이 지난 5월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청년층 첫 일자리 진입 행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취업자들의 첫 일자리 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비중은 2006년 8.7%에서 작년에는 21.2%로 대폭 증가했다. 

드라마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계약직의 고충은 고용 불안정이다.

극 중 설정이긴 하지만 주인공들도 회장의 말 한마디에, 본부장의 말 한마디에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된다. 

'미스터백'의 은하수는 앞뒤 상황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을 꽃뱀으로 오인한 최고봉(신하균) 회장의 "젊은 사람이 편하게 살려고 한다"는 말 한마디에 입사 첫날 해고된다.  

장그래 역을 연기하는 배우 임시완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니 장그래의 현실에 그만큼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모든 분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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