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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을'의 이야기

평균 임금 80~90만원
드라마보다 영화는 더 열악해

입력 2014-11-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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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서 보여지는 배우뒤로 수많은 스태프들이 서 있다.(사진제공=SBS플러스)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스태프들이 너무 고생합니다. 한번은 그들의 모습을 찍어서 각자 집에 보내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지만 결국 중간에 포기했어요. 너무 환경이 열악하니까…보면 걱정할까봐.”

tvN 드라마 ‘미생’ 기자간담회에서 극중 오상식 과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은 방송 뒤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들을 언급했다.

어느 촬영장에나 수많은 소품을 정리하고, 웬만한 사람보다 큰 각종 기기를 옮기는 스태프들이 화면 뒤에 숨어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눈물겨운 을의 세계를 그리며 호평 받는 ‘미생’ 촬영 현장은 또 다른 미생의 향연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조명팀 이모(35)씨는 “조명이나 카메라팀 등 전문직은 신입의 한 달 월급이 120~150만 원”이라며 “하지만 각종 허드렛일을 하는 연출 보조나 분장·미용팀은 한 달에 80~9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토로한다.

그는 이어 “케이블은 지상파보다 더 바쁘고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이 이뤄진다. ‘미생’ 스태프의 처우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좋지 않다”고 덧붙인다.

흥행성적에 따라 수익성이 불안정한 영화쪽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정해진 촬영기간 내에 모든 제작과정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밤샘 촬영은 기본이고 휴일도 없다. 추가 수당은 물론 없다.

작년까지 영화 스태프로 일한 강모(31)씨는 “한 달 100만원, 세금을 떼고 나면 그것보다 적은 금액이 통장에 입금됐다”며 “원래 촬영기간은 4개월인데 예상보다 길어져 추가 촬영을 했지만 아직까지 추가 촬영 분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잊을 만하면 들리는 임금체불 소송은 영화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정식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접수받은 ‘영화인 신문고센터’ 전체 민원 중 영화 스태프 임금체불 관련 민원이 약 88%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75억 1633만 원이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눈물겨운 을의 세계 뒤에는 또 다른 을들의 고군분투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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