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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단편영화 아쉬워…영화도 문학 같았으면"

<인터뷰>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안성기
배우 생활 57년…무엇이든 오래해

입력 2014-10-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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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집행위원장_02
배우 생활 57년, 유니세프 친선대사 20여년,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19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12년, 배우 안성기는 그런 사람이다.(사진제공=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형식적으로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 자체도 좋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이 소중해요. 만났다 헤어졌다 하기보다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게 좋아요.”

배우 생활 57년, 유니세프 친선대사 20여년,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19년, 그리고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12년. 안성기는 그런 사람이다. 무엇이든 오래 열심히도 하는 배우다.

“뭘 하더라도 오래 해야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일의 취지를 각인시키기도 좋고 저 자신도 깊어지죠.”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바쁘게 보낸 여독을 풀 새도 없이 11월 6일~11일 열릴 제12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siana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이하 AISSF) 집행위원장으로 돌아온 배우 안성기를 만났다.

“한국에서 단편영화는 영화를 시작하는 이들이 대부분 거쳐 가는 과정일 뿐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저 스쳐 지나가고 스쳐 지나가고…”

말끝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세월의 더께가 주는 관록과 깊이는 분명 존중받아 마땅하다. 무엇을 하든 오래 꾸준히 하는 그에게 ‘스쳐 지나듯’ 단편영화를 대하는 분위기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AISSF를 시작하던 2003년에는 우리 단편영화는 습작 수준이었어요. 12년이 흐르면서 우리 단편영화도 많이 좋아졌죠.”

당시의 난감함은 12년을 함께 하면서 영화인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단편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자부심으로 진화했다.

“영화도 문학과 같았으면 좋겠어요. 단편소설이나 시가 얼마나 주옥같아요? 공감과 실험정신, 진짜 잘 만들어진 단편은 장편 부럽지 않죠.”

2015년 그는 영화배우로 돌아온다. 부산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2015년 관객을 만날 예정이고 출연을 고심 중인 작품들도 여럿이다.

‘화장’에서 안성기가 연기하는 오상무는 이 시대 중년남자의 표본이다. 오래 살았고 아파서 죽어가는 아내가 있고 회사에는 원초적 본능을 두드리는 젊은 여사원이 있어 괴로운 사람이다. 일에 치여 늘 피곤한 상태인데다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그의 표현대로 “이 시대 중년남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오상무를 연기하는 이가 그이기에 더 서글프고 애달프다. 자연스럽게 오상무의 고통과 갈등에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은 화면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른 영화에 비해 주름이 많이 깊더라고요.”

요란을 떨지는 않지만 쉴 틈 없이 사는 안성기의 웃는 얼굴에 얼핏 피로감이 스치기도 한다. 바쁘고 지치면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포기할 법도 한데 그의 얼굴과 말투엔 여전히 온화함과 여유로움이 더 짙다.

“요즘이 조금 그런 것 같아요. ‘너무 내 시간을 못 갖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도 고은 시인의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올 때 못본 꽃’이라는 구절을 보는데 확 와닿는 거예요.”

스스로를 성찰할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잦아졌다. 지금까지는 일하는 데 먼저 시간을 할애하다 자투리를 자신의 시간으로 썼다. 충만한 마음을 퍼주기만 하다 보니 공허감이 문턱까지 찾아들었다.

“내년부터는 여행도 많이 다녀볼 생각인데”라고 하면서도 “영화와 관계된 일은 어차피 꾸준히 해나가야 하지 않나…”라고 흐리는 말끝에서 영화 사랑이 물씬 묻어난다. 바쁘고 지치는 일상에서도 온화함을 잃지 않는 이유이며 무슨 일이든 꾸준히 진심을 다하는 원동력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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