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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비 높고 용적률 낮은 한옥…공간배치·동선 주의

[한옥에 살어리랏다] 한옥 집짓기 上 설계

입력 2014-10-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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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은평 한옥마을 견본주택 전경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 견본주택은 ㄷ자 모양으로 지어졌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팔작지붕이 눈에 띈다.(사진제공=에스에이치공사)

 

한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콘크리트 숲 아파트가 지겨워진 도시인들이 아름다운 곡선과 고통스러운 나무기둥이 어우러지는 한옥을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의 한옥 시공현장과 견본주택, 설계사무소 등을 집중 취재해 한옥의 설계와 시공(11월 4일), 재료(11월 18일) 등을 3차례에 걸쳐 상세히 소개한다. 

 

“어렸을 때, 한옥에서 자랐어요. 나이 들어 전원생활 속에서 한옥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왔죠.”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아주머니는 앳된 웃음을 짓는다. 건설사에서 일하던 남편이 직접 한옥을 짓고 있었다. 그런 부부에게도 한옥하우징은 커다란 도전이라고. 집짓기의 첫걸음인 설계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점들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털어놨다.

서울시가 훼손된 서울의 유산인 한옥을 보존하겠다고 밝히면서 한옥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호응해 한옥에 대한 추억과 로망으로 ‘이왕 짓는 집, 한옥으로!’를 용감하게 외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반주택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한옥은 설계 단계부터 알아두고 시작 해야 할 점들이 적잖다.

한옥 설계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일반주택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2~3배 투입된다. 일반주택은 설계를 할 때 3.3㎡당으로 계산하지만 한옥은 건당 계산을 한다. 100㎡나 180㎡나 설계를 할 때에는 같은 가격을 받는다. 은평 한옥마을에서 만난 한 건축주는 “한옥을 지을 때 설계비는 3000만~5000만원 예상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시간에 있어서도 한옥 설계의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3명이 합작해도 최소 2~3개월은 걸린다. 일반주택이 최소 한 달밖에 걸리지 않는데 비하면 쉽지 않은 여정이다. 표준평면도가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주택과는 달리 한옥은 설계자가 지붕모양, 목재 배치 하나하나 맞춰봐야 하고 한옥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심의에 맞추기 위한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한옥마을 측면도와 평면도

 



은평 한옥마을 견본주택의 설계를 맡은 양정기 ㈜삶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생활형 한옥은 연구가 필요할 뿐 아니라 단열, 생활의 편리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설계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시범한옥 마당
한옥은 대지경계선과 처마 끝부분 사이에 50cm의 간격이 있어야 한다. 처마의 길이, 마당이나 텃밭까지 고려하면 용적률은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옥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SH공사)

 

 

한옥의 용적률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설계 시 유의해야 한다. 한옥은 처마가 60~150m까지 나온다. 대지경계선 기준으로 처마 끝부분이 50cm는 떨어져 있어야 해서 실제로 집이 지어지는 면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평 한옥마을의 견본주택도 대지면적 330㎡에 연면적은 163.12㎡로 용적률이 49.43%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작은 한옥을 짓고 싶어 49.5㎡로 한옥을 짓겠다고 해도 100㎡나 넉넉한 마당을 가지려면 165㎡의 땅이 필요하다. 

 

 

1층거실1
현관 기능을 가졌던 대청마루에 창문이 세워져 거실로 바뀌었다. 거실 기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현관의 위치 선정이 중요해졌다.(사진제공=SH공사)


 
 

옛날과 달라진 한옥의 공간배치로 현관을 비롯해 동선을 면밀히 구성해야 한다. 마루가 현관을 대신했던 전통적인 한옥과는 달리 현재는 벽과 현관이 생겼다. 원래 한옥에서는 없었던 현관의 위치를 잘 잡는 것은 설계에서 특히 유의해서 볼 부분이다.  

 

 

1층주방1
아파트에 익숙해진 주부도 어색하지 않도록 한옥에서도 주방dl 주부의 동선에 알맞게 꾸며졌다. (사진제공=SH공사)

 

 

현관이 엉뚱한 곳에 배치되면 동선을 방해하고 생활공간의 중심인 거실, 안방의 기능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양정기 대표는 “아파트의 일직선 동선에 익숙해진 건축주들이 ㄷ자와 ㄴ자 한옥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동선 처리, 공간배치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옥은 기둥의 두께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옥을 지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단연 목(木)구조다. 견본주택의 나무두께는 일곱치다. 지름이 21cm정도로 한옥에 가장 많이 쓰이는 두께다. 여섯치(지름18cm)는 가냘파 보이고, 여덟치(지름24cm)는 투박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둥의 두께에 따라서 기둥 사이의 간격도 정해져 3cm 차이가 구조에는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양정기 대표는 “다섯치(15cm)도 지붕의 무게를 지탱할 수는 있지만 조화·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얇은 나무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범한옥 전경-2
한옥에는 한옥에 어울리는 외관이 갖춰져야 자연스럽다. 처마에 달린 풍경과 깨진 기와를 겹겹이 쌓은 와담은 한옥의 멋을 한층 더한다.(사진제공=SH공사)

 

 

한옥은 내부만큼이나 외부도 중요하다. 마당이나 담장에 재료를 잘못 썼다가는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격이 된다. 마당을 콘크리트로 메울 수 있는 일반주택과는 달리, 한옥에는 콘크리트가 어울리지 않아 잔디나 자연석, 화강암으로 처리한다. 또한 일반주택은 벽돌로 간단하게 담장을 만들지만 기와에는 벽돌과 같은 재료는 어울리지 않는다. 돌과 하얀 연료를 넣어 만든 화방담은 1m당 100만원, 콘크리트 외벽에 돌과 기와를 쌓아 만드는 와담은 1m당 60만~80만원이 든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설계시 도움이 된다.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다음 편 11월4일자 비바100 하우징(HOUSING) 면에서는 ‘한옥의 시공’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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