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가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가격이 최근 소폭 약세로 돌아섰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 |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7·24 및 9·1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가격 오름세를 주도했는데 발표 1개월 여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는 최근 매매값이 2000만∼3000만원 떨어졌다. 전용 42㎡는 1주일 전만 해도 7억2000만∼7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7억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추석 연휴 전 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49㎡는 현재 8억1000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최근 1주일 사이에 500만원 가량 가격 조정이 이뤄진 모습이다. 최근 1단지 전용 82㎡는 8억3500만원에 흥정이 시작돼 결국 500만원 낮춘 8억3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4단지 전용 82㎡는 6억4300만원에서 300만원 낮춘 6억4000만원에 팔렸다.
송파구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 역시 최근 매매값이 1000만∼4000만원 하락했다. 전용 112㎡는 지난달 11억6000만원까지 팔렸으나 현재 11억4000만∼11억5000만원으로 내려왔고, 전용 119㎡는 13억원에서 12억6000만∼12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도 약보합세다. 이 아파트 전용 76㎡는 8억7000만∼9억2천000만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9·1부동산 대책의 직접적인 수혜 단지인 목동·상계동 등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호가 강세는 이어가고 있으나 거래는 현저히 줄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의 아파트는 한달 새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상승했고 집주인이 싼 매물을 회수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집값이 약세 조짐을 보이는 것은 국회의 파행으로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완화의 약발이 조기에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여서 이들 단지의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등 핵심 법안들과 정부 부동산 대책의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둔촌 주공아파트 인근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8월 들어 집값이 4000만∼5000만원 이상 오르고 거래가 많이 이뤄지면서 팔 사람과 살 사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라며 “지금은 매수자들이 비싼 값에 사길 꺼리면서 급매물이 나와도 일주일째 안팔린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도 “추석이후 시장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매수자들이 단기 급등한 집값에 부담을 느껴 관망세로 돌아선 것 같다”면서 “호가가 오른 채로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1000만∼2000만원 낮춘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수·매도자간의 줄다리기가 당분간 계속되면서 호가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는 가운데 매수세가 계속해서 따라붙지 않으면 재건축 아파트는 물론 일반 아파트도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