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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집 찾아···" 외곽으로 떠밀리는 '전세 유랑민'

[전세별곡 上] 치솟는 전세값 위기의 세입자들

입력 2014-09-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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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1차는 24평 전세가 3억5000만원이라는 말씀이시죠? 다른 전세물건은 없어요?”

“요즘 전세가 잘 없어요. 잠시만요, 여보세요? 삼호 아파트 혹시 전세 있나요? 월세요? 전세를 찾고 계신데…….”

“전세금 때문에 진짜 죽겠네. 상도동을 떠야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22일 동작구 상도동 상도래미안 인근 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난 40대 주부 A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2년 전 상도동 중앙하이츠빌에서 전세 45평을 3억7000만원에 계약해 살아왔는데 집주인이 4억3000으로 6000만원이나 올려 달라는 바람에 전세금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평수를 줄이더라도 인근 지역에서 살 집을 더 알아보고, 정 없으면 과천이나 안양 등지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전세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세 유랑민’이 늘고 있다.

예컨데 강남 전세입자가 오른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해 전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천으로 옮기고, 과천 전세입자는 서울 강남서 이사온 전세입자에 의해 안양으로 밀려나고, 안양에서 살고 있던 임차인은 다시 의왕이나 시흥으로 이사하고, 의왕에 살던 사람은 안산으로 옮기는 등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떠밀리는 형편이다.

올라도 너무 오르는 전세값에 세입자들은 보증금에 맞춰 평수를 줄여 이사하거나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떠밀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떠밀리는 ‘전세 유랑민’이 늘어나는 것은 추석 이후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한데다 매매수요를 높여 전세시장의 압박을 줄이겠다는 9·1 부동산 대책이 전세시장에는 전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래미안
동작구 상도래미안 3차 아파트 입구. 전용면적 85㎡의 전세가가 2년 사이 8000만원에서 1억으로 뛰었다.

 

 

◇ 살어리 살어리랏다 싼 곳에 살어리랏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동작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작년 말 3.3㎡당 1170만원에서 지난 8월 1263만원으로 8개월 새 93만원(7.9%)이나 올랐다. 전용면적 85㎡ 아파트 기준 전셋값이 2380만원이 오른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진행으로 가격이 치솟자 가까운 동작구로 수요가 몰린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서초구 전셋값 상승이 동작까지 영향을 미쳐 동작구 세입자들은 근처 관악 혹은 서울 외곽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래미안 근처 M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반포동에서 상도동으로, 상도동에서는 관악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게좋아
광명시 철산동 도덕파크타운 입구. 1년 전에 비해 전용면적 85㎡ 아파트 전세가 3000~4000만원가량 올랐다.

 

 

광명시는 지하철 7호선으로 강남과 연결되고, 서부간선도로 및 서해안고속도로와도 가까워 인구유입이 많은 점 때문에 전세 수요는 많은 반면 전세 매물은 적어 전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e편한세상센트레빌은 전용 85㎡ 기준 전셋값이 2년 전 2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4억에도 거래되고 있다. e편한세상센트레빌보다 연차가 오래된 철산동 도덕파크타운도 전용면적 85㎡ 아파트 전셋값 3억1000만원으로 작년 초에 비해 10% 이상 값이 뛰었다.

도덕파크타운 인근 부동산랜드 온터에 공인중개사 이제정 대표는 “강남권 전세가 상승으로 광명 전입이 늘고 있다”면서 “인근 도시 전세입자들이 수요가 많아 앞으로도 전셋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근처 신한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광명의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시흥으로, 시흥에서는 인천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서울 세입자들이 광명, 남양주, 구리 등으로 모여드는 추세를 보인다”며 “외곽의 지하철 역세권 전세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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