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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인, 축제는 시작됐다

몇 푼 던져주는 복지혜택보다 열정 발산할 공간 절실

입력 2014-09-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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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기자
김동민 기자
노인이 기자를 안내를 하고, 촬영하고, 춤을 춘다. 제7회 노인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종로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어르신들의 축제 현장이다. ‘VOLUNTEER’ 목걸이를 맨 할머니는 친절하게 안내를 돕고, 할아버지 몇 분은 잠시도 쉬지 않고 카메라를 터트리신다. 하이라이트는 늘푸른 예술단의 공연. 오늘을 위해 밤을 새서 연습했다는 그분들의 동작은 걸그룹 만큼이나 열정적이었다.

 

노인영화제가 7회에 이르도록 축제의 장으로서 자리매김 한 데는 문화를 즐기고 생산하는 주체자로서 노인을 인정해서다. “어르신을 위한 문화 미디어 교육이 영화제로 진화했다”는 집행 위원장 회유 스님 말처럼 영화를 향한 노인의 열정은 여느 젊은이에 못지 않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고, 노인을 위한 무대도 없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끼와 열정’은 무대도 나라도 없는 현실을 조롱이라도 하듯, 아니면 안타까워 하듯 뜨겁고 정확했다. 무대가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 흐름에 밀려 기회가 부족했을 뿐 그들은 언제나 뭔가 만들고, 즐기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노인 세대가 원하는 것은 몇 푼 쥐어주는 나눔이 아니다. 열정을 발산할 무대다. 현재의 노인과 미래의 노인이 소통할 무대는 크기도, 장치도, 장소도 문제될 게 없다. 어르신들의 열정과 재능을 우리가 몰라볼 뿐이었다.

노인영화제 홍보 대사인 배우 장광과 진지희의 소개가 끝나자 족자를 손에 든 할아버지 몇 분이 단상으로 올라간다. 손녀에게 설명하듯 족자에 담긴 글귀를 읽어주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행복하다. 어르신들의 축제는 시작됐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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