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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외면해선 안 되는 영화 '야간비행'

도움 받지 못한 채 삶을 포기한 소년의 마지막 모습이 모티브

입력 2014-08-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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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간비행’ 공식 포스터

 


불편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되는 영화가 개봉한다.

이송희일 감독의 새 영화 ‘야간비행’은 정글 같이 성적 경쟁만 요구하는 대한민국 학교에서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그들의 우정은 부서지고 서로를 배신한다.

영화는 알고도 막지 못하는 학교폭력과 알지만 모른 체 하고 싶은 동성애 문제를 동시에 담았다.

주인공은 중학교 때 친한 친구였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오며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세 친구 용주(곽시양), 기웅(이재준), 준하(최준하)다.

야간비행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비극은 결핍에서 시작 된다”는 감독의 말처럼 그들은 각자 사회의 무관심과 싸우며 외로움을 안고 사는 오늘날의 청소년을 대표한다.

1등급 우수학생이지만 성소수자로서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사는 용주는 중학교 때부터 짝사랑하던 기웅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학교 일진이 되어 방황하는 기웅은 예상치 못한 친구의 행동에 당황하지만 자신의 외로움을 감싸주는 그에게 서서히 마음을 연다.

기택은 일명 ‘펀치머신’이라 불리며 이유 없는 따돌림에 상처 받다 결국 친구를 배신하는 선택을 한다.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따돌림 장면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

보는 중간 눈을 돌리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지나간다. 또 영화가 끝난 지금까지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그 모습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때문이다.

감독은 “실제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한 고등학생이 자살 직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물 흘리는 CCTV영상을 보고 큰 슬픔을 받았다”며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받지 못하고 삶을 포기해야 했던 소년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작품 제목 ‘야간비행’이란 단어가 주는 정서는 한 없이 외롭다. 2시간 동안 야간비행이 끝나고 마침내 상영관 불이 켜졌지만 아직도 깜깜한 하늘을 떠돌고 있는 현실 속 아이들 생각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감독은 “야간비행은 당장은 어둡지만 빛에 대한 갈증 때문에 구름을 뚫고 박차 오를 때가 있다“고 제목을 정한 의도를 설명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언제나 괴물을 만들어 낸다.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데는 기성세대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불편하지만 외면하지 않고 다가갈 때 사회는 조금씩 변화한다.

제 64회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부문 초청작으로 해외 언론에서 극찬을 받은 ‘야간비행’은 28일 개봉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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