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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대란이 뭐길래] 2014년 보조금 대란...방통위 제재 직전에 일어나

이통3사 5:3:2 점유율 법칙 깨지거나 새 단말기 출시 직전 대란 펼쳐져
새벽 3시부터 동 트기 직전까지도 수백 미터 줄 이어져

입력 2014-08-2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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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보조금 상한선 결정 임박<YONHAP NO-1287>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명 ‘보조금 대란’이라고 불리는 사태를 따라가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통사 간의 점유율 법칙이 깨지거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떨어지기 몇 주 전에 발생한다. 새로운 단말기를 출시하기 바로 직전에도 대란은 일어난다. 2.11과 2.26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2월에는 LG에서 G프로2를 출시하기도 했다.

◇ 1.23 목요일. 첫 번째 대란 발생

2014년 1월 23일 저녁, 휴대폰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가 마비됐다. 아이폰5S와 갤럭시노트3을 어느 지역 특정 판매점에서 공짜로 살 수 있다는 글이 순식간에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누리꾼들은 뽐뿌에 수도 없이 들락날락하며 서로 정보를 공유했고 오프라인 매장은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왜 굳이 1월 23일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동통신3사 간의 점유율 전쟁 때문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통3사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5:3:2라는 점유율 법칙이 암묵적으로 존재해왔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2013년 말 SK텔레콤은 49.9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50% 점유율을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점유율을 높이려면 타사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 방법은 하나,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번호이동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보조금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 2.11 화요일. 아이폰5S 10만원까지 떨어져

새벽 3시,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 앞에선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백 미터의 줄을 잇고 서있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보조금 대란을 알리는 글이 1분여간 올라왔다가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 잠깐을 놓치지 않고 밤잠 설치며 모여든 사람들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특정 대리점에서 아이폰5S 10만원, 갤럭시노트3 15만원에 살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동 트기 직전까지도 줄은 길게 이어졌고 다수의 사람들은 거의 헐값에 최신 휴대폰을 구입하곤 떠났다. 당시 아이폰5S(32GB) 출고가는 94만6000원, 갤럭시노트3은 106만7000원이었다.

◇ 2.26 수요일. 이통3사 영업정지 전 마지막 대란 펼쳐져

계속되는 휴대폰 헐값 판매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뿔났다. 대란 주모자는 찾지 못했지만 이통3사 모두에게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졌다. 이통3사마다 기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3월13일부터 길면 5월 중순까지 영업정지 명령이 떨어졌다. 누리꾼들은 마지막 대란이 펼쳐질 것임을 예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5일 밤부터 26일 자정까지 대란 관련 글이 계속 올라왔다. 한 온라인 공동구매 사이트에서는 ‘2월26일 스팟 정책’이라며 ‘갤럭시S4 LTE-A와 G2 각각 12만원, 베가 시크릿업, 아이언 3만원’이라고 안내하는 단체쪽지가 발송되기도 했다.

◇ 6.10 화요일. 불법판매 단 몇 시간 만에 30만 건 이상

방통위의 이통3사에 대한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자마자 보조금 대란 움직임이 다시 일었다. 이통3사는 앞으로 보조금 경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누리꾼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갤럭시S5, 갤럭시노트3, G3, 아이폰5S는 거의 공짜 수준으로 판매가 됐다. 소비자가 높은 할부원금에 개통을 하면 판매자는 개통자 통장에 차액을 입금하는 ‘페이백’ 형식으로 일어났다. 당시 갤럭시노트3 출고가는 106만7000원, 법정 보조금이 27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80만원 가량이 불법 보조금으로 투입된 것이다.

번호이동 건수도 급증했다. 6월10일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9만9655건이었다. 이통사별로는 SK텔레콤이 4만1628건, KT 3만940건, LG유플러스 2만7087건이었다. 일일 번호이동 평균 건수는 2만4000건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가 최근 4년간 낸 과징금은 3000억원이 넘는다. 업계별로 SK텔레콤이 1760억원으로 가장 많고 KT가 791억6000만원, LG유플러스가 474억8000만원 순이다.

방통위가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해도 보조금 시장경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2분기 실적을 보면 장기 영업정지 처분에도 마케팅비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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