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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산업] 명량·해적·해무, 답답한 산업 부흥에 힘되나?

입력 2014-08-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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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영화시장에 한국영화 흥행 바람을 몰고 왔다. ‘명량’은 지난 17일 오전 아바타를 제치고 국내 최고의 흥행작으로 입지를 굳혔다. ‘해적’은 개봉 12일 만에 400만을 넘었고, ‘해무’는 1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상반기 할리우드 영화에 빼았겼던 한국 영화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되찾은 셈이다.

세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이들 영화의 연이은 흥행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정치·사회·경제적 시각에서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메시지가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적절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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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스틸

◇ 사회·정치적 답답함 영화가 풀었다

‘명량’은 판옥선 12척으로 330척의 왜군과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앞세운다. 최근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를 외치는 이순신 장군에 관객들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꼈다고 말한다. 탁월한 전술과 CG보다 충성심과 백성을 위했던 그의 마음이 50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후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는 지난 14일부터 4박 5일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전 국민적인 찬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원수격의 의전을 불편해하고, 세월호 유족과 꽃동네 아동들에게 위로와 축복을 건네는 교황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자아냈다. 종교를 넘어서는 그의 진심이 정치인의 위선에 가슴을 닫아버린 국민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건넨 셈이다.

‘해무’는 폐선을 앞둔 안강망 어선 전진호가 밀항을 시도하며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담고 있다. 순박했던 선원들이 경악스러운 사건 앞에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인간성의 상실’을 논한다. 세월호 침몰, 군대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강력사건들에 경악하던 관객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잔인하게 변해가는 전진호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 사회를 단면으로 잘라낸 듯한 현실감을 준다.

‘해적:바다로간 산적’은 고래가 삼킨 옥새를 찾아나선 산적과 해적 관군의 이야기를 코믹스럽게 풀어낸 작품이다. 연초부터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에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는 오락영화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개봉 12일 만에 400만을 돌파한 힘은 웃고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오락성’에 있다.

미공개스틸(1)
영화 ‘해무’ 스틸


◇ 웃을 일 없는 경제상황, 영화 속에 그대로

명량, 해무, 해적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경제현황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명량에 등장하는 ‘이순신 리더십’은 개봉 직후 재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3개월째 병석에 누워있는 삼성전자와 김승연 회장이 건강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한화, 최태원 회장이 수감 중인 SK와 이재현 회장이 재판중인 CJ의 경우 오너의 리더십은 절대적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말처럼 ‘시스템 경영’이 보편화됐다는 점에서 각 그룹들은 애써 오너의 공백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굵직한 결정을 내려줄 사람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이와 함께 다른 그룹들의 CEO들도 하나같이 직원들과 명량을 관람하며 단결력을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동요를 막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해무 속 전진호에 탄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특히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와 사측의 기싸움에서 도드라진다. 18일부터 진행되는 파업이 노조와 사측의 대립 이면에 협력업체와 그 직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해무가 말하는 허무함은 바로 눈앞에 드러난다.

이는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도 피해갈 문제가 아니다. 각종 스펙쌓기로 정신 없는 청년들과 ‘정작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기업들의 한숨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끊임없이 겉돌고 있다. 힘들게 취업관문을 뚫고 나서도 최저임금과 비슷한 급여를 받으면서도 과다한 업무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회사는 전진호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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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적’ 스틸

 

 

해적이 전하는 낙(樂)은 직장인들에게 최근 웃어본 유일한 기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강세,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기악화, 각종 분쟁으로 인한 해외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회사 대부분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상황이다. 국내 최고의 영업이익을 자랑하던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실적충격)’가 국내 직장인 모두에게 ‘멘붕쇼크’를 일으킨 셈이다.

해적의 흥행은 명량이 전국 스크린 점유율의 약 40%, CGV에서는 10개 중 6~7개관을 차지하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깊다. 평론가들은 “각종 사건사고들로 인해 지난 몇 달 동안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해적이 관객들에게 마음껏 웃어도 좋은 시간을 제공한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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