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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에게 권한 '명량'이 '15금'이었어?

여론 편향된 등급심의 벗어나 '관람 적합성' 따져야

입력 2014-08-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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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우모 부장은 여름방학을 맞은 중학교 3학년짜리 딸에게 영화 ‘명량’ 관람을 제안했다. 역사 이해에 유익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 부장은 또래와 어울리길 좋아하는 딸을 위해 다섯 장의 영화표를 예매했다.

하지만 그의 딸과 친구들은 영화개봉관 출입구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유는 만 15세가 안됐기 때문. 우 부장은 “방학 성수기와 역사교육에 적합한 콘텐츠의 청소년 관람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방학이라는 성수기와 역사교육에 적합한 콘텐츠라는 이점이 맞물리며 승승장구 중인 ‘명량’의 등급은 아이러니하게도 15세 관람가다. 만 15세 미만은 부모를 동행하지 않으면 관람할 수 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변효진 정책홍보관은 이에 대해 “영화 등급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제도로 주제, 폭력성, 선정성, 공포, 약물, 모방, 혐오 등 7개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준에서 전쟁영화라는 주제와 이순신 일대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널브러진 시체나 인두로 지지는 장면 등이 폭력 수위가 높아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쟁, 고문 등은 TV 드라마 사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문제제기에 변 홍보관은 “청소년 불가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전화도 걸려온다”고 토로했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윤인호 홍보팀장도 “영등위 기준에 따른 결과다. 배급사나 제작사 측에서 옳고 그름을 논할 거리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폭력성, 공포감 조성뿐 아니라 이순신 암살시도, 거북선 방화 등 극적 효과를 위한 역사왜곡도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긴 하다. 아무리 교육적이라도 아이들이 비판 없이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면 부모가 함께 관람하고 역사적 사실과 극적 상상력으로 재창조된 장면을 선별, 지도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TV사극의 폭력성과 역사왜곡보다 심각한 수준인가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결국 영상물 등급제의 문제다. ‘트랜스포머’는 도시 전체를 초토화하는 데도 12세 관람가를 주면서 ‘명량’은 15세 관람가다. 한국 영화에만 엄격한 편향성, 표현의 자유와 관람 선택권 침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상물 등급은 좀 더 유연하고 세심해야 한다. 규정만을 따지기보다 영화가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지를 고려하는 등급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15세 미만도 볼 수 있는 버전을 따로 개봉하기 앞서 따져야 할 것이 ‘15세 관람가’의 적합성이다. 편향된 등급심의를 상식적으로 수긍할 만한 제도로 만드는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이 우선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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