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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Preview]극한에 처한 인간의 추악함 그리고 로맨스, <해무>

봉준호 제작, 심성보 감독, 김윤석, 박유천 주연의 해양 스릴러

입력 2014-07-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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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살인의 추억> 대본을 집필한 심성보가 메가폰을 잡은 <해무>가 출격을 준비 중이다.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삶의 터전인 배를 지키기 위해 중국인 밀항을 돕는 선원들의 이야기다.


호시절도 있었지만 어획량 감소로 감척 대상이 된 ‘전진호’ 선장 철주(김윤석)는 중국인의 밀항을 돕기로 한다. 마음 둘 곳이라고는 전진호 뿐인 철주를 중심으로 배에 숨어 사는 베테랑 기관장 완호(문성근), 묵묵히 철주를 따르는 갑판장 호영(김상호), 돈이면 뭐든 할 멋쟁이 경구(유승목), 본능에 충실한 창욱(이희준), 새내기 선원 동식(박유천)의 출발점은 생존이었다. 밀항을 위해 전진호에 오른 중국인들 역시 생존이 목적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사람을 실어 다른 배에 옮겨 태우면 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 해상 단속에 나선 해경의 눈을 피하고자 어창(어획물의 저장고)에 몰아넣었던 중국인들이 질식사한 것이다. 예기치 못한 떼죽음에 저마다의 사투가 시작된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사투처럼 바다는 안개에 휩싸여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배가 곧 집’인 철주와 완호는 전혀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철주는 시체들을 난도질해 고기밥으로 던져버리라며 도끼질을 해대고 완호는 양심의 가책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동식은 밀항 중국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조선족 처녀 홍해(한예리)를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다.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날뛰는 창욱과 돈부터 챙기는 경구,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고 유혈이 낭자한 선상에 더 이상 동료 간의 의리는 없다. 인간의 이기와 탐욕, 나약함만이 난무하는 선상에는 경악할 만한 공포와 답답함이 엄습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공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2001년 전남 여수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 60명 중 25명이 질식사해 바다에 유기된 ‘제7호 태창호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살겠다고 벽을 긁어 손끝이 너덜너덜해진 시체들, 사건 은폐를 위해 시체를 바다에 던지는 선원들, 그 과정을 지켜 봐야했던 생존자 35명, 실제 상황은 더한 아비규환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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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석은 “먹먹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뿐 아니다. 첫 영화 신고식을 치른 박유천도, 3년 만에 돌아온 문성근도, 개성파 조연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김상호, 이희준, 유승목, 한예리도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관객들도 배우들에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밀항 중국인들의 절규는 없고 배를 지키고자 하는 철주의 잔혹함은 극에 달한다. 절정으로만 치닫는 동식과 홍해의 로맨스는 공감하기 어렵고 돈과 성적 본능만을 취하려는 경구과 창욱은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조화했으면 좋았을 극한에 처한 인간의 추악함과 남자의 로맨스가 삐걱거리기만 하는 ‘해무’는 8월13일 개봉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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